<쟁점> 고 씨, 하수처리장 관리이사 추천된 적 있나
사실이 아니라면 왜 그 자리 비워두고 있나
고 아무개 씨와 음성 군수들의 대이은 악연

충북 음성이 또다시 군수비리 연루 사건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건영, 박수광 전임 군수들의 구속과 낙마에 이어 현 이필용 음성군수가 제 3자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7~8명의 참고인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군수 소환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 수사 결과 이 군수의 제 3자 뇌물공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현직 군수가 3차례나 업무상 비리로 중도하차 하는 사태가 빚어져 또 한 차례 지역 사회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음성 전·현직 군수비리 연루 사건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항상 그 가운데 고 아무개씨(59)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 씨의 비리 고발이 전임 군수들이 구속과 낙마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지역언론과 군청내에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이 군수의 제 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도 고 씨가 경찰에 진정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음성군수 VS 고 씨 누구 말이 사실이나

지난 8일, 음성경찰서는 "고 씨가 이 군수가 작년 선거 당시 도와준 나를 금왕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원남산업단지 관리책임자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수사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음성경찰서는 "고 씨는 이 군수가 나를 채용하지 않는 대신 지난 2월부터 8건의 공사를 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총액 1억1000만원) 하도록 하고 이익금 명목으로 모두 1080여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통장과 관련 서류를 함께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군수는 7~9일 연가를 냈으나 이날 오후 출근, 군청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군수는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제가 건설업체 수의계약 이익금을 제공했다는 고 씨의 경찰 진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수의계약은 재무과장 전결이지 군수가 결재할 사항이 아니고 해당 건설업자를 알지도 못한다"라며 "수의계약은 일 잘하고 영세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강조했다.

또 "고 씨가 선거 때 도왔다고 했는데, 고 씨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고 자리 보전을 약속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고 씨는 전임 민선4기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고 씨는 산업단지 관리소장과 인사청탁을 했는데 모두 거절했다"라며 "내부 규정에는 퇴직 공무원을 임명하는 자리여서 고 씨는 자격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이상 특정인의 허위사실 유포를 묵과할 수 없다"면서 "경찰 조사를 지켜보면서 법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씨 “이 군수에게 명예훼손을 당했다”

이후 고 씨는 <충청리뷰>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정서를 내기 전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상담하기 위해 수사과장과 담당 검사를 만났다. 그들이 듣고 나서 수사에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 수의계약 이익금 중 반 밖에 얻어 먹은 게 없지만 다 밝히면 형량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수사과장에게 다 밝히고 나면 담보 받을 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뇌물수수죄 형량을 줄여준다며 일을 벌리자고 했다. 그래서 이 사건을 터트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그에게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 대기 중인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ㆍ유죄협상제)을 제안했다는 얘기다. 플리바게닝이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혹은 타인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나 사법부가 형을 낮추거나, 죄 자체를 보다 가벼운 항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도다.

자신까지도 연루되어 형 집행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굳이 세상에 밝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고 씨는 "공사 계약업체 수의계약 사업도 이 군수가 먼저 내 지인을 통해 제안한 것이다. 할 짓이 못 되어 세 번까지 거절하다 네 번 만에 받아 준 것이다. 내가 뭐 건설업체 협박한 것도 아니고 받은 돈만 토해내면 징역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보다 먼저 나는 이 군수에게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월 3일자로 금왕 하수종말처리장에 관리이사로 발령을 내고, 첫 출근 하는 날 이 군수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출근을 보류해 달라고 하더니, 그 후 일절 만나 주지도 않고 망신을 주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군수가 하수종말처리장 관리이사 추천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는데 입증할 자료나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경찰에 다 넘겨 주었다. 오늘(13일) 오후 만나 추가 확인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고 씨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나 증거에 대해서 말해달라는 질문에 음성경찰서 고위관계자는 "수사중이기 때문에 얘기를 해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 사실유무 확인 중이다. 현재 언론하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얘기할 때가 올 것이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군수 "금왕하수처리장 관리이사 약속 한적 없다"

기자는 이 군수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9일부터 계속 이 군수와의 전화통화를 여러차례 시도했다. 바쁜 업무로 통화가 안 되거나 제대로 된 전화통화가 힘들었다. 12일 오전 음성군청 군수실에서 기자와 잠시 만난 자리에서 이 군수는 올해 1월 3일 고 씨를 금왕 하수종말처리장 관리이사로 추천했냐는 질문에 "이전에 약속하지도 않았고 그런 적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금왕 하수종말처리장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왜 계속 공석이냐는 질문에는 "참모회의에서 내부규정상 퇴직공무원만 추천하게 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퇴직 공무원이 없어 그렇다"고 답했다.

고 씨의 건설업체 수의계약 건에 대해서도 "지금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니까 조사 받고 나서 답하겠다. 기자회견 내용 그대로 수의계약은 재무과장 전결이지 군수가 결재할 사항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전임 군수들에 이어 현 군수까지 고 씨에게 고발을 당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 군수는 이에 대해 "그 분(고 씨)은 항상 전임 군수들을 보며 가능한 경우만 생기면 고소 고발을 상습적으로 일삼아 왔다. 전임 군수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똑같이 얘기하며 인사청탁을 해 왔다. 똥을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다가 항상 안 좋은 상황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고 씨에게 전하자 그는 분개했다. 그는 "똥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더 더러운 놈"이라며 "똥 보다 더 나쁜 XX"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군청 내에서 고 씨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음성군 한 고위공무원은 "금왕 하수종말처리장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꼭 퇴직공무원만 채용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 사람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다"고 불편해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 업무에 대해 허위신고도 많다"며 "무고죄도 처벌해야 하는데 행정에 관해서는 아직 그런 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한 공무원도 "선거당시 징역 4개월 구형 받은, 선거권도 없는 사람이 이 군수에게 무슨 도움을 줬냐"며 "그런 그를 어떻게 금왕 하수종말처리장 관리이사로 추천하나. 말도 안 되지 않나"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행적을 알 만한 사람은 여기 군청 내에서 다 안다. 행적만 봐도 그의 말과 행동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군내 한 군 의원도 입장은 같았다. 그는 만약 선거 전 그가 도와 준다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 사람의 소문은 이곳에서 자자하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준다고 해서 일절 도움 받을 생각이 없다.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그 사람 평이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 씨와 이 군수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 되었다. 고 씨에 따르면 이 군수는 고 씨 매형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제자였다. 고 씨 매형이 초등학교 선생에서 중학교 교장까지 역임할 때, 그 때부터 이 군수와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

고 씨는 전임 군수들의 비리를 고발 할 때도 이 군수가 '정보원(고 씨는 그를 '꼬마'라고도 불렀다)'으로 정보들을 캐와 자신에게 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6.2 지방 선거에서도 이 군수 상대측 후보인 이기동 후보 약점을 자신에게 알려와 그가 언론에 이를 부각시켜 이 군수가 당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씨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으면 왜 나를 금왕하수종말처리장 관리이사로 추천을 하나. 선린우호관계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내가 사는 원남면 마송 3리 마을사업에도 추경예산 1억을 지원해줬다. 그 정도까지라면 전혀 관계가 없는 사이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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