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완치 힘들어 보상받아야"… 병원 "터무니없는 보상액 수용 못해"

청주현대병원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규정한 치료일수를 지났고 재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 해 줄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

母김영재씨 "병원측에서 수술을 잘 하는 원장으로 통하니 한 번 더 수술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지난 6번을 수술 하는 동안 해당 원장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 지난 달 29일 영하의 체감 온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건희(26)씨는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달 29일 청주 가경동의 한 병원 앞에서 영하의 체감온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피켓 시위를 하는 모자를 만났다. 청주에서 마이크로 병원과 함께 수지접합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병원 앞이었다. 아들 이건희(26)씨는 지난 3월 17일 밤 음료수 병 뚜껑을 따다가 오른손 검지 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음 날 새벽 병원에 입원한 이 씨는 지난 10월 10일까지 무려 6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허사였다고 한다.<본보 703호 19면 보도>

첫 수술에서 인대가 제대로 붙지 않아 보름 만에 재수술을 했지만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수술 도중에 부분 마취가 풀려 세 번째 수술부터는 전신마취를 해야 했다. 심지어 수술후 일주일도 안 되어 재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거듭되는 수술동안 인대가 유착되어 손가락이 굽은 채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씨는 병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적절한 보상을 받아 더 큰 병원에서 제대로 시술을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병원은 아직 치료 중으로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수술을 해 보고 보상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씨의 양 손목과 팔에는 거듭되는 수술로 생긴 상처가 적지 않다. 수술 횟수가 늘면서 생기는 흉터만큼이나 아픔도 커져 가는 듯 했다. 급기야 이 씨는 지난 달 22일부터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그 사이 서울 아산병원과 경희대 병원, 삼성병원을 다니며 재수술을 위한 검진도 마친 상태다.

"재수술 흔하고 특이 체질?"
청주 현대병원은 이 씨가 체질적으로 인대가 유착이 잘 되는 특이체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인대를 감싸고 있는 폴리를 인공폴리로 대치하는 수술도 해 보았지만 여전히 유착이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아산병원은 재수술은 적어도 4개월이 지나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조급한 수술이 인대 유착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씨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이 병원측이 지난 달 29일 병상의 짐을 모두 뺐다고 한다. 이 씨는 강제 퇴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 현대병원 신성철 원무부장은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규정한 치료일수를 지났고 재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 해 줄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며 "인대 유착이 잦아 거듭 수술을 했다. 유착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인공폴리까지 써가며 수술을 했지만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어머니 김영재씨는 "얼마 전 처음 보는 원장이 다녀갔다"며 "이후 병원측에서 수술을 잘 하는 원장으로 통하니 한 번 더 수술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지난 6번을 수술 하는 동안 해당 원장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누구는 명의가 나서 수술하고 누구는 아무나 수술해 6번을 거듭하는 재수술 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수술 할수록 나빠져 장애로…"
청주 현대병원은 이 씨의 주치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환자마다 특수성이 있는 상황으로 인대 수술의 경우 재수술은 흔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보상액을 요구해 들어줄 수 없어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과실을 주장하고 있는 이 씨는 "완치가 되는 것이 바람이지만 서울 큰 병원을 다니면서 부정적인 얘기를 듣게 되니 억울함이 더 하다"며 "재수술을 할수록 좋지 않다니 손가락이 굽은 채로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군 전역이후 어렵게 가진 일도 못하게 되고 그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물질적으로 피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데 병원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내가 원한 것은 무리한 보상액이 아니라 거듭되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허사로 돌아간 손가락 수술비와 입원치료비, 새로운 병원에서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보상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김 씨는 "사회 초년생으로 뭔가 해보려고 열심히 뛰어 다니다 발생한 일이다"며 "병원은 반년 이상 붙잡아 두고도 완치 시키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법대로 하라며 병상까지 정리해 버렸다. 적어도 환자에 대한 치료 의지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나와선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 우리 아이이게 평생 손가락 장애로 살도록 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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