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기 CJB 청주방송 노조 지부장

지상파 방송사는 누구나 무료로 시청 가능한 전파를 활용함으로써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전파라는 한정된 공적자산으로 막대한 매체력을 가지게 된 만큼 이를 사사로이 이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 중에서도 광고의 직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론의 한 줄 보도만으로도 존망의 기로에 서는 것이 힘없는 기업들이다. 막강한 매체력의 방송사가 겁박할 경우 기업주는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광고비 지출로 생존을 구할 것이다.

반면 힘센 기업들의 경우 광고물량을 통해 방송사를 길들이고 활용하려 들 것이다. 대기업 중 하나라도 광고를 실어주지 않으면 방송사가 바로 경영난에 봉착한다. 결국 방송은 금권과 결탁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미디어렙이라 불리는 광고판매 대행기관이다. 말 그대로 방송사의 광고 거래를 대행해주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코바코라 불리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공중파 3사인 KBS, MBC, SBS(지역MBC, 지역민방 포함)와 EBS 등의 방송사들에게는 이 코바코를 통한 간접적 방식의 광고거래만을 허용해왔는데, 결국 탐욕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에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탐욕의 고리가 등장했다. 그들은 의무재전송이라는 제도를 활용했다. 의무재전송 제도는 공익성이 현격히 높은 방송사에 대해 케이블, 위성, 인터넷 TV와 같은 유료채널 사업자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채널을 부여하고 전송하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법제도이다.

지금껏 지상파마저도 불과 KBS1과 EBS만이 의무재전송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등장한 탐욕의 주체들은 그 정체가 상업방송임에도 무더기로 의무재전송 채널로 지정되었다. 벌써부터 기업체들에게 수백억씩의 광고료 책정을 강요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의 이런 강압적인 광고 영업 덕분에 멀쩡하던 지역방송, 종교방송, 지역신문들이 죽어나갈 지경이다. 그야말로 ‘조폭 언론’의 완결이다.

이 주인공들이 바로 지난 12월 1일 개국한 TV조선, JTBC, 채널A, MBN이라는 이름의 4개 종합편성 TV채널들로 각각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신문이 설립한 방송사들이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숙명적 가치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태생적으로 권력과 유착되어 있고 광고 직거래를 통해 자본과의 유착 또한 심화시킬 것이다. 당장은 채널이 늘어서 반가울지 모르나 종국에는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은 물론이고 신성한 언론주권마저 심각하게 조롱당할 것이다.

여기에 지역민이 미디어렙법을 소망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대로라면 지역언론은 죽는다. 사람도 돈도 중앙으로만 집중되는 한국사회의 부당한 편중 속에서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중앙과 맞서게 될 경우 지역이 겪게 될 모든 운명이 그러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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