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청주생협 등 산파...지역활동가 다수 배출

우리지역에는 아직도 성차별 의식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더 했다. 충북여성민우회는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그야말로 ‘싸움닭’이 되어 성차별적 요소를 몰아내는데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 여성민우회는 지난 89년 5월 문을 열었다. 이들은 출범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여성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동등하게 참여하는 사회, 일과 여가와 삶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80년대 후반 당시 사회 각계각층에는 민주화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청주지역에도 여성운동단체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몇 몇 여성들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 때 소위 관변단체 성격을 가진 여성단체는 몇 있었으나 여성운동단체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이후 출범한 여성운동단체들에게 ‘맏언니’격 역할을 해왔다.

▲ 민경자 원장
이 때문에 관여하는 분야가 많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과제도 많았다. 이들은 지난 20여년간 쓰레기문제부터 통일까지 광범위하게 접근했다. 대략 훑어보아도 성폭력특별법 제정촉구, 성화원 성폭력사건 및 김보은 무죄석방운동, 정신대할머니 생활기금 모금,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공부방 결연사업, 성상품화 반대, 호주제폐지운동 등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 이뿐 아니라 죽암휴게소 성희롱사건 대응, 식품안전교육,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성인지예산 네트워크, 여성공천할당 촉구, 여성주의 리더십 강좌 개설, 성차별없는 일터만들기, 열린정책포럼 운영 등도 했다.

여성민우회는 그동안 몇 개의 조직을 키워 내보내기도 했다. 청주여성의 전화, icoop청주생협, 공동육아협동조합 ‘신나는 어린이집’ 등이 이 곳에서 탄생해 살림을 차려 나갔다. 이 중 icoop청주생협은 윤리적 소비로 나눔과 소통, 연대의 삶을 주장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당초 여성민우회는 식품안전교육과 바른 먹을거리운동을 추진하면서 생협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청주여성의 전화는 여성운동단체로 현재 활동중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신나는 어린이집’은 충북지역 최초로 만든 대안적 어린이집 형태로 시장경제에 맡겼던 육아를 부모·교사·지역사회가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문을 닫았다. 그런가하면 내부에는 한부모지원센터, 고용평등상담실 등의 조직과 한우리주부연극단, 의정지기단 등의 소모임도 많았다.

▲ 최미애 의원
“성평등문화 확산에 큰 역할”
그런 만큼 이 곳을 거쳐간 활동가들도 많다. 정진경 전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민경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민경자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최미애 충북도의원·강혜숙 전 민주당 국회의원·김수정 공인중개사·변지숙 icoop청주생협 이사장·우은정 icoop청주생협 사무국장·정숙정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주무관·박현순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등. 최근까지는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아왔다.

민경자 원장은 “충북여성민우회는 충북여성운동의 중심이었다. 이번 사태는 개별단체의 불행을 넘어 충북여성운동계의 불행이다. 여성민우회는 창립 초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이후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현안 해결에 노력했다. 특히 여성 노동, 여성폭력, 한부모 가정 등 여성문제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제안을 해서 충북지역 여성지위 향상과 성평등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최미애 의원은 “충북여성민우회는 내가 평범한 주부에서 여성운동가, 정치인으로 태어난 의미있는 곳이다. 운천동에서 살 때 근처인 성화원에서 아동 성폭력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 달려온 단체가 여성민우회였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했고 그 덕분에 가해자인 원장이 중형을 받았다. 이 인연으로 나는 활동가로 일했고, 여기서 교육과 학습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렀다”면서 “쓰레기에서 통일까지 라는 구호에 걸맞게 지역의 많은 일에 관여하고 해결했다. 충북여성운동의 씨를 뿌리고 밑거름이 돼준 단체가 여성민우회”라고 회고했다.

▲ 변지숙 이사장
그런가하면 변지숙 이사장은 선의로 시작한 계 때문에 단체가 해산되는 아픔을 겪어 가슴아프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反여성적 문화가 많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불평등한 구조속에 있다. 이런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20여년간 열심히 싸웠다. 활동가들이 몇 십 만원 받거나 그것도 못 받는 상태에서 그래도 신명나게 일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여성운동도 시대에 맞는 생활운동으로 전환돼야 한다.” 해산결정 이후 향방을 지켜봐야 하지만 어쨌든 충북여성민우회는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최일선에서 주도하며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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