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현 정치부장 칼럼

열린우리당의 기세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수도권 전 지역이 열린우리당 우세로 나타날 정도로, 탄핵의 역풍은 거세기만 하다.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나가다간 4·15 총선은 말 그대로 하나마나일 것같다. 야당의 이름있는 후보들도 무명의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무조건(?) 밀리는 지금의 형국은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못지 않게 열린우리당을 아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내 개혁파인 임종석의원이 언제 변할지 모르는 민심의 냉엄함을 경고했고, 지난 22일엔 참여연대가 “열린우리당은 착각하지 마라”며 고언을 던졌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금의 열풍은 이를 즐겨야 할 입장에서도 오히려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분명 정상은 아니다.

오기로 가득한 야당의 의회폭거에 항의해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오고, 상대적 열세를 무릅쓰며 헌정유린을 온몸으로 저지하려던 열린우리당에 갈채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열린우리당의 모든 것이 인정되고 묻혀질 수는 없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속속 열린우리당으로 들어가고, 결코 개혁적이지 못한 인사가 열린우리당의 후보로 나설 때 많은 국민들은 또 ‘권력의 오만’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다.

절대 다수의석에 기고만장하던 야당의 만행이 혐오스러웠지만, 반대로 야당 의원들로 하여금 한강 고수부지에 텐트를 치게 만드는 지금의 여당 독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난 3·12 의회쿠데타는 2000년 4·13 총선 때 이미 태동의 기미를 보였다. 초반 김대중정권에 식상한 여론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원내 1당의 선물을 안겼지만, 한나라당은 엉겁결에 주어진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교만을 부리다가 오늘의 추락을 초래한 것이다. 결국 총선에서의 일방적 표쏠림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진리’를 이번에 국회권력의 실체로써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물론 지금의 분위기가 그대로 총선의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결코 정상이지 못한 정당판세는 많은 양식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기는 게 사실이다.
제 아무리 선택받은 권력이라도, 취하게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때문에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에선 유권자의 균형된 시각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정당과 그 책임자들은 철저하게 응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특정 정당에 무조건적인 ‘싹쓸이’를 안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정치개혁은 일개 정당에 대한 일방적 몰입보다는 대안세력과 인물들을 찾아 내 이를 길들이는 구도로 추진돼야 지속적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이라는 것도 정권에 따라 단절, 부침할 수 밖에 없고 우리는 지난 정권을 통해 이를 똑똑히 목격했고, 확인했다. 이런 관점에서 촛불시위에 나서는 많은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과 정당, 후보지지를 별개로 인식하려는 자세는 아주 바람직하다. 적어도 지역감정이 판치던 과거처럼, 막대기만 꽂아도 스스로 알아서 국회의원 배지를 꽃피워내던 ‘선거의 몰역사성’이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덧 충북에까지 몰려 온 광풍(?)이 ‘결코 개혁적이지 못하고’ ‘결코 정치인답지도 않은’ 의식의 미숙아까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버릴까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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