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간 반목, 원형훼손 논란 글로벌 브랜드화 전기마련

전통무예 택견이 정부의 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확정됐지만 정작 택견은 택견의 전승·보급과 택견의 스포츠화 추진, 고 송덕기 선생의 택견 전승 등을 놓고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등 하나된 택견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 택견은 유네스코의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를 통해 택견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한 정경화 예능보유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택견협회가 있다. 수년간 내분을 겪던 원형보전협회와 한국전통택견회가 지난 2009년 통합돼 새롭게 출범한 한국택견협회는 충주의 택견전수관을 기반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된 전통택견의 전승·보급을 주장하며 전국화와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택견협회는 현재 전국에 80여 개의 전수관과 대학교, 단체, 동아리 등 전통택견을 배우고 익히는 사람이 50여 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택견의 스포츠화를 추진하는 대한택견연맹(대표 이용복)은 충주택견에서 갈라져 나온 1984년 이후 이용복씨가 한국전통택견연구회를 조직한 이후 20여 년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택견의 대중화와 생활체육, 스포츠화를 이뤄냈다.

현재 대한택견연맹은 2001년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승인을 받는 등 택견의 스포츠화 추진을 통해 전국에 120개의 전수관을 두고 50여 만 명의 택견인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대한택견연맹은 2007년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된 뒤 4년 만인 올해 택견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한국택견협회가 충주를 중심으로 원형보전과 전승을 고집하는 사이에 대한택견연맹이 택견의 생활체육화를 통해 세를 확대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택견 2대인 고 송덕기 선생에게서 택견을 배웠다는 도기현씨가 주축이 된 결련택견협회가 송덕기 선생의 택견을 전승한다는 명목으로 20여 개의 전수관을 두고 독자적인 택견을 이어가는 등 하나되는 택견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충주를 본거지로 하는 택견이 세계가 인정하는 무술이 됐고 반드시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최고 좋은 기회를 가진 만큼 하나된 택견을 위한 택견의 통합이 시급한 과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에 등재된 택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 충주시 등은 택견 전수시설 확충 등에 힘써야 하며 이미 유명을 달리한 택견인들의 위패를 모시는 성지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택견은 이미 세계무술축제와 세계택견대회 등을 통해 세계 무술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데다 택견전수관 등 관련 인프라도 상당히 구축됐기 때문에 택견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장기 비전 수립을 통해 택견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의 유일한 예능보유자인 정경화씨는 "택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민족혼과 정신이 깃든 우리의 전통무예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쾌거"라며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택견의 가치가 그만큼 훌륭하다는 것으로 국민적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계기로 세계화를 위해 힘을 모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뜻있는 택견인들은 "지난 세월 국내 택견계가 반목의 시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그 반목을 접어야 하고 서로 반목을 한 번에 접기 어렵더라도 서서히 접어나가려는 노력은 이제부터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며 "특히 각 협회 소속의 택견꾼들의 가벼운 교류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면 택견계도 언젠가 한 울타리 안에서 즐거운 한판을 벌일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달말 축하행사 … 국민적 관심 높일 것"
이종배 충주시장은 4일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이 세계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택견의 전승과 보급에 심혈을 기울여 온 충주시와 전통택견의 전승보급에 힘써온 택견인들의 쾌거로, 앞으로 택견과 충주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충주시와 한국택견협회는 오는 28일을 전후해 충북도와 공동으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열어 유네스코 등재에 큰 역할을 한 충주택견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시장은 "그동안 충주시는 1997년 호암동에 택견전수관을 짓고 택견 단체를 통해 택견 보급에 나선 것은 물론 시민과 공무원 무료 택견 체험교실 운영과 올해 초 시립 택견시범단 창단 등 택견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견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충주시의 국가브랜드화를 통한 국내외 관광객 유입과 국내외적으로 충주를 무술활동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며 "또 수련자들의 전승노력을 배가시키는 자극제이자 자부심을 높이고 공연 및 영화, 예술 등 다양한 문화상품의 원천을 제공하면서 무술 전반에 대한 가시화 증진 및 인지도 상승을 통해 전통무술이 잊히거나 방치되는 것을 막고 교류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충주시는 택견 중장기 발전계획과 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완료할 방침"이라며 "택견 전수시설 확충과 함께 성지화 작업 등 택견 홍보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택견메카 충주' 지원 결실

세계무술축제·전수관 건립 등 성과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무예 택견이 정부의 중요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된 1983년 이후 28년 만에 유네스코 제6차 무형유산위원회 심사소위원회에서 등재권고 무형유산으로 확정돼 '인류무형유산'으로 최종 결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택견은 고구려와 백제 등 삼국시대부터 전국 각지에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것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전환점으로 1800년대 종로택견의 명인인 임호 선생이 택견 1세대를 이룬 뒤 1900년대 초대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송덕기 선생으로 택견 2대를 이어왔다.

이처럼 전국의 택견이 충주시에서 뿌리를 내리고 택견의 본고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송덕기 선생에게서 택견을 배운 신한승 선생이 서울 출신이면서도 1970년대부터 충주에서 생활하며 택견의 체계를 정립하고 보급하면서 시작됐다.

고 신한승 선생은 초대 인간문화재이면서 택견 3대를 이은 인물로 1983년 6월 1일 충주시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택견이 정부의 중요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으며, 충주출신의 수제자인 정경화씨를 2대 인간문화재와 예능보유자로 하고 박만엽씨를 교육보조자로 배출함으로써 택견의 4대를 잇도록 한 택견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택견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충주시는 택견의 핵심 인물인 신한승 선생과 정경화 선생이 인간문화재로 또 예능보유자로 정부의 지정을 받아 활동한 주 무대이면서 지난 50여년 동안 전통 택견이 견고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기 때문에 모든 택견인들의 성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충주시는 1997년 충주시 호암동에 수십억원을 들여 택견전수관을 짓고 또 택견 단체를 통해 해마다 수억원씩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택견의 저변확대와 보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으며 올해 초에는 시립 택견시범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특히 시는 1998년부터 올해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택견을 모티브로 한 충주세계무술축제를 해마다 충주에서 열고 있고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을 지원받아 충주시 칠금동 세계무술공원에 무술박물관을 건축해 운영하는 등 노력해 왔다.

충주택견이 세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충주시장 재임시절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오천년 한민족의 뿌리이면서 충북인의 얼이 서려 있는 택견이 세계로 도약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충북이 택견의 본고장, 전통무예의 성지임을 세계에 과시한 것을 158만 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하며 도는 앞으로 충주세계무술축제와 국제전통스포츠게임진흥센터 유치를 통해 택견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무예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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