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의 폭설과 둘째 주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보도된 가운데 17대 총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선거에 대한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 돈 안쓰는 공명 선거와 유권자 중심,  정책 중시의 보도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제 보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후보자의 행적과 발언 보도 우선

각 방송사마다 정가소식 또는 정가 종합 등의 제목으로 도내 선거구별 후보자들의 동정을 보도하고 있다. 각 당의 후보자 별로 정책 토론회 개최, 폭설 피해지역 방문 복구 활동 동참 장면등을 보도하고 있다. 또한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후보자의 활동이나 발언, 경력 등을 보도하여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에 대한 보도는 아직 미흡하다. 신행정 수도 이전, 고속철도 오송역 유치, 실업문제 해결, 환경문제 등에 대해 후보자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는 탓인지 그런 내용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  후보자의 행적이나 발언을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 분석평가하여 보도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용어 사용의 문제

각 방송사의 선거 보도에서 흔히 쓰여지는 표현들이다. 총선 전략, 지원사격, 고지점령, 표심, 표밭갈이, 표밭공략, 표심잡기,  표밭다지기, 3파전, 4파전, 수성, 입성 등. 방송은 한정된 짧은 시간동안 가능한한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위하여 좀더 강렬한 느낌을 줄수 있는 용어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선거는 싸움, 전쟁은 아니다. 각 후보자는 분명 경쟁자이지 적대 세력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쟁 보도를 방불케 하는 보도는 시청자들의 인식을 ‘선거는 전쟁이구나’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유권자를 ‘표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부정적 인식의 소산이다. 유권자는 밭처럼 수동적으로 어떤 인위적인 작용을 가해야만 소출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냥감처럼 도망다니다가 잡혀지는 대상도 아니다. 선거를 전쟁으로, 유권자를 ‘표밭, 표심잡기’등의 밭이나, 사냥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의 결과이다. 언제까지 표심은 잡혀야하고 표밭은 갈리고, 공략 당해야 하는가.

<단체장 출마 쟁점(충주)> “…17대 총선 충주시선거구의 관전포인틉니다”  선거는 운동 경기를 보듯 관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위 보도는 유권자가 선거를 단지 구경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우려가 있다. 물론 보도내용에 있는 것처럼 단체장을 중도에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한 것이 쟁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외에 소속 정당이나 후보자의 경력사항, 정책 등 후보자를 선택하게 되는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약간은 덜 중요하게 판단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

  <무주공산...치열 -청원선거구>- “4선의 현역 신경식 의원의 구속으로 무주공산이 된 청원 선거구…”, <무주공산 4파전(흥덕을)> -“… 바닥층, 표심, 표밭갈이… ”, “…현역의원이 없어 무주공산의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에 현역의원이 없다고 해서 무주공산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선거구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해당지역 선거구의 주인은 주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분명히 주인이 있는 곳을 ‘주인없는 곳’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보도라고 볼 수 있다.

  각 정당의 명칭 표기도 일관성을 갖추어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식 명칭이 그대로 쓰여지지만, ‘자유민주연합’의 경우 ‘자민련’으로, ‘새천년민주당’의 경우 ‘민주당’으로, ‘민주노동당’의 경우 ‘민노당’으로 쓰여지고 있다. 물론 관습적인 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축약표현이나 같은 방송사에서 같은 날 보도된 또 다른 보도에서 명칭이 혼용되는 것은 혼란이나 차별이라고 인식될 소지가 있다.

시청자의 알권리

KBS의 3/15 <사이버선거감시단발족> 보도는 사이버선거감시단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어떻게 구성되는 지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통해 시청자에게 공명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좀더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총선 출마자들에게는 이러한 불법선거 감시체계가 세워져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서 불법 선거운동을 조금이라도 자제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MBC의 3/17 <<도선관위,불법선거신고 포상금 첫 지급>보도에서 공명선거를 위한 정보전달과 시청자들의 행동 유발을 위한 적절한 보도이다

 CJB의 3/19 <제천-단양 선거구>보도에서 녹색사민당과 무소속 후보를 다루고 있어 특정 정당 소속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도 다루고 있어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당내행사까지 부각시켜 보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공명선거 실천다짐대회와 열린우리당 정책 토론회, 열린우리당의 공천 관련 보도.

어떠한 새로운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되어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보은옥천영동 선거구 공천 관련 보도는 3월 초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꼭 필요한 보도와 그이상의 보도

각 방송사의 보도내용을 보면 탄핵과 관련된 정가소식을 전하고 있다. 탄핵사태에 대한 각 당의 움직임과 대처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의 동향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유권자 싸늘>이라는 보도에서 “정책과 공약, 인물 대결이 실종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방향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탄핵정국에 대한 현상 보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탄핵 정국 이후에 대해 보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17대 총선에는 개정된 선거법이 적용된다. 각 방송사마다 개정된 선거법에 대해 이미 보도하여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의 특성상 그때 그방송을 보지 못한 유권자는 아직 선거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고 있다. <선거법 위반사례증가>라는 보도에서처럼 선거법의 개정된 사항을 알지 못해서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 청주의 경우 흥덕구가 갑?을로 나뉘었는데 어떤 지역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정당명부제 실시 등으로 인해 바뀐 사항 역시 많은 유권자가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각 방송사에서 좀더 보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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