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숙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국장

반토막 몸뚱이로 살아간다고 친구여 이 세상에 기죽지마라/ 삐뚤어져 한쪽으로 사느니 반쪽이라도 올곧게/ 말뿐인 장애복지 법조항마저 우리의 생존을 비웃고 있다/ 노동으로 일어설 기회마저 빼앗긴 형제여/ 아 차별의 폭력 눈총을 깨고 사백만의 힘으로 하나로/ 아 외쳐 불러라 해방의 나라 장애해방 참 세상을/ 아 우리는 뼈아픈 고통의 시련마저 싸워 싸워야 승리하리라

매일 저녁 7시 도교육청 앞 촛불집회에서 장애인들이 부르는 ‘장애해방가’이다. 그들은 십년 전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낯선 슬로건으로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다’는 당연하고도 가소로운 욕구를 사회에 드러냈다.

집과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 외출빈도가 한달에 1~2회였던 당시 상황에서 이동의 요구는 ‘인간이고 싶은 아주 작은 바람’이었다. 그 소박하고 당연한 필요를 요청하는데 중증장애인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몸과 다름없는 휠체어에 사슬을 묶고 도로나 지하철로 나가서야 그들의 요구는 반영되었다. 야만의 사회였다.

몇 명의 죽음을 뒤로 하고 전동휠체어가 보급되었고,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가 도입되었다. 2014년까지 우리나라 전체버스의 50%를 저상버스화 한다는 계획도 세워졌다. 도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청주에서도 매달 한번 버스 타는 날을 정해 직접행동을 했었다.

휠체어를 탄 채 계단 버스에 오르기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 못지않게 어려웠다. 시민들의 원성에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여러분은 30분 불편하지만 저희는 평생이었습니다. 한번 봐 주세요.” 누구도 미리 알아서 챙겨주지 못했지만 단식과 삭발, 거리투쟁으로 얻은 중증장애인의 소중한 생활의 기반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리에서 저상버스와 해피콜을 만나면 오랜 벗을 만난 듯 반가워하고 뒷모습을 은은하게 바라본다.

수십년 세월을 골방에 갇혀 시설에 쳐박혀/ 차별과 억압 피눈물 속에 살아온 동지여/ 자 이제 울타리 깨부수고 세상을 향하여/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깃발을 올렸다/ 그 누가 우리를 멸시하는가 짓누르고 있는가/ 야만과 탐욕 속에 일렁이는 자본의 도시여/ 아 개같은 세상의 시계를 멈춰라/ 차별과 착취없는 장애해방 그날을 위해

십년 후 오늘, 그들이 다시 모였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에 올라 아침마다 도교육청으로 온다. 비닐농성장에서 잠자고 일어난 동료와 거리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장애인 65.9% 초등이하의 학력이라는 딱지를 떼고 ‘장애인도 공부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를 알아주십사 28일째 도교육청 앞에서 농성중이다. 대표단의 단식은 9일째다.

나는 믿는다. 농부가 땅에 대한 깊은 신뢰로 씨앗을 뿌리듯, 씨앗이 결국 열매를 맺게 될 것이듯, 과한 욕심이 아닌 소박하고 가소롭기까지 한 요청을, 미리 알아 마련해주지 않는 사회에 투정부리지 않고, 불편한 몸 끌고 스스로 거리에 나선 그들이 옳다고, 용기 있다고, 결국 이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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