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상대당 정치인까지 참석, 2500명 체육관 행사
강원도 홍천군민 영동까지 와서 골프장사업 규탄시위

박덕흠 씨 이상한 출판기념회

보은·옥천·영동에서 한나라당적으로 19대 총선 출사표를 던진 박덕흠(58)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의 11월28일 출판기념회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전문건설협회 관계자, 정계인사 등 무려 2500여명이 운집한 체육관 행사의 규모도 초(超) 매머드 급인데다, 유명 연예인은 물론 상대당 정치인들까지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 체육관 출판기념회에…
▲ 강원도 주민 원정시위

행사장 주변에서는 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주)원하레저의 골프장 공사와 관련해 골프장 소재지인 강원도 홍천군 구만리 주민 80여명이 규탄시위를 벌이는 등 ‘안티 박덕흠’을 외쳤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장외로 틀어놓은 행사장 실황중계에 묻혔다. 구만리 주민들은 이날 현장시위에 앞서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옥천에서도 시위를 벌였으나 이들의 시위는 지역신문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행사의 개요는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 자서전인 ‘늘 푸른 소나무 박덕흠의 희망에세이’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28일 오후3시 영동군 영동읍 영동체육관에서 지역주민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 전문건설협회원 등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에 정치권에서는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와 정우택 전 충북지사, 정두언·한선교·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외에도 김성호·박상규 전 민주당 의원까지 참석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를 지낸 김성호 전 의원과 현재 민주당 충주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규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 참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영동이 고향인 김성호 전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정치를 떠나서 제가 인간적으로 누구에게 마음이 있는지 아시죠?”라는 질문을 던져 박 회장의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유도했을 정도다.

정두언 의원 ‘춤추고 노래하고’

이밖에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던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노래 ‘희망’을 불러 분위기를 돋웠다.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친박계의 좌장으로 부상한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영상메시지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연예인, 방송인, 체육인 등도 행사를 띄우는데 한 몫을 했다. 가수 태진아와 조영남씨가 참석해 축하무대를 마련했고, 프로골퍼 양용은, KBS아나운서 김보민, 탤런트 임예진,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총장 등은 영상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고향은 산도, 들도 예전 그대로인데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져 안타깝다”면서 “제가 겪은 숱한 도전과 극복이 고향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특히 “고향의 젊은 후배들에게 늘 푸른 소나무처럼 새로운 희망, 아름다운 희망, 준비된 희망을 전해주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상징문화에서 출간한 박 회장의 자서전 ‘늘푸른 소나무 박덕흠의 희망에세이’는 모두 193쪽 분량으로 ▲1부 국밥집 막내아들 박덕흠 ▲2부 서울살이 ▲3부 내 고향 충청도 ▲4부 세상을 보는 지혜 ▲5부 내 남편, 그리고 아버지 박덕흠 ▲6부 당신에게 쓰는 편지로 구성돼 있다. 또 산악인 허영호와 박희태 국회의장, 가수 태진아 등 명사 12명이 박 회장을 바라본 느낌도 소개해 놓았다.

박 회장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노인회 정책이사, 법제처 국민법제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1일 충북 남부지역(보은·옥천·영동)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옥천주민 A씨는 “군 단위에서 총선에 출마하려는 예비정치인의 출판기념회라기보다는 유력 대선후보의 출정식을 보는 듯했다”며 “이같은 대규모 체육관행사의 경비는 어떻게 충당했는지 궁금증이 들 정도였다”고 촌평했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B씨는 이날 행사에 대해 “초청토론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을 제외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는 선거법에 의해 상시 제한된다. 그러나 특정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발언이 없다면 출판기념회의 규모만 놓고 선거법으로 문제 삼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관련 주민상대 12억 손배소

한편 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주)원하레저(대표 주수성)의 골프장공사와 관련해 7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주민들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옥천, 영동에서 원정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004년부터 원하레저가 가시오가피 농장을 한다고 속여 땅을 매입한 뒤 골프장 공사(45만평·27홀 및 콘도)를 추진했다. 또 각종 폭력과 불·탈법을 자행한데다 반대 주민 43명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면서 11억 98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폭로했다.

주민들은 또 “글을 모르는 노인 등 주민 26명에게 1000만원씩 주고 동의서를 받아 400년 넘게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온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중 13명의 양심선언을 통해 이 문제가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밖에도 “원하레저 실소유주인 박 회장이 국회의원으로 나서며 고향을 지키겠다는데 왜 우리의 고향마을은 골프장으로 밀어버리고 있느냐”면서 “결국에는 보은·옥천·영동의 고향마을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만리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이밖에도 멸종위기 동·식물인 담비, 하늘다람쥐, 삵, 산작약, 삼지구엽초 등의 서식지임에도 이를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시켰다는 사실이 두 달 전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중앙의 한 시사주간지는 골프장 추진 및 인허가 배경에 정치적 특혜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원하레저의 지분을 54%(부인 지분 4.51%) 소유한 것은 맞지만 대표자가 따로 있어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허위사실을 보도한데다 기존 배포방식과 달리해 지역에 뿌려진 해당 주간지에 대한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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