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들이 11월22일 한미FTA 비준안 국회 처리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터뜨린 최루탄 한 발을 가지고 ‘여론 물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최루탄 테러’가 재협상 또는 여야 합의처리를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배신한 것보다 더 큰 국제적 망신이라고 호들갑을 떨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보수언론은 사건 직후 국회와 여당이 김선동 의원을 고소·고발해 사법처리에 이르기를 바라는 논조를 보였다. 사실 김선동 의원이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먼저 말했던 만큼 언론이 그렇게 흥분할 일도 아니었다.

A일간지는 다음 날 사설을 통해 “국회법 25조는 의원들에게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그(김선동 의원)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본회의장 오물 투척 사건의 장본인인 김두한 의원은 정의로운 동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회에서 제명되고 사법처리를 받았다. 사법 당국은 김선동 의원을 형법에 따라 ‘국회 회의장 모욕죄’로 형사처벌하고 국회에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A신문은 또 “민노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천안함 폭침 만행에 대해 시종 북한을 두둔한 종북·좌파 정당으로 이번 국회 테러의 배후조종자다. 이런 정당이 민의를 가장해 더 이상 국회를 능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 종북·좌파 세력의 국회 진출을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역설한 바 있다.

보수언론은 1주일이 흐른 29일 현재 국회와 여당의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 피해자로 규정했던 국회와 여당을 몰아세우는 기세다.

역사가 그날을 평가할 것이다

B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희한한 일은 최루탄을 터뜨린 김 의원은 영웅인 듯 행동하고 국회의장, 국회사무처, 한나라당, 검찰은 이 문제를 거론하기 꺼려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략) 그러나 정치적 고려를 할 사안이 있고 그렇지 말아야할 사안이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은 법치, 대의제 민주주의, 상식을 무시하는 행위로 정치적 고려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B신문은 “진보정권이 집권했을 때 국회에서 극우의원이 가스총이나 사제폭발물 터뜨린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C신문도 28일 기사에서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가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가운데 국회의 자체 징계 논의도 무산될 전망이다.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자율성을 가진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자체 징계를 논의하는 것은 기본임에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국회의 또 다른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최루탄 투척은 1966년 9월 발생한 당시 김두한 의원의 국회오물투척사건과 비교된다. 김두한 전 의원은 삼성재벌 한국비료주식회사가 사카린을 밀수한 사건과 관련해 대정부질문 도중에 국무총리 등 각료들에게 탑골공원 화장실에서 퍼 온 분뇨를 뿌렸다.

보수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정의로운 동기’라는 찬사까지 붙여가며 투척이라는 표현을 쓰는 반면 김선동 의원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테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긴 혁명을 쿠데타로, 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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