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평가·감사 이뤄지지 않아 의혹만 키워..투명성 확보하라
도로포장·농로포장·정자설치에 많이 사용, 뒷배경 없나 궁금

흔히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라고 말하는 예산의 정식 명칭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다. 지방의원들이 지역구별 현안사업에 대해 쓸 수 있는 돈이다. 규모는 의회별로 천차만별이다. 올해 충북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는 4억원, 영동군의원은 3억6000만원, 청원군의원 3억원, 청주시의원은 7000만원이었다. 반면 음성군의회는 폐지됐다.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복지예산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또 이 예산은 타당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고 어떤 의원이 어느 지역, 어느 사업에 투입하는지 공개되지도 않는다. 평가 또한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를 ‘백지수표’ ‘지방의원 쌈짓돈’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분야에 쓰여지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했다.

▲ 의원 재량사업비의 공식 명칭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다. 이름 그대로 숙원사업비로 쓰이려면 현재의 틀을 바꿔야 한다. 각종 설치비와 공사비에 쓰이는 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 평가하고 꼭 필요한 사업에 투입돼야 할 것이다. 사진은 많은 의원들이 예산을 투입하는 정자.

올해 충북도의회 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는 4억원 이었다. 이는 해마다 달라진다. 반면 같은 성격의 도지사 시책사업비는 160~170억원 이었다. 도의회는 지난 2007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본예산에 상정됐던 의원 재량사업비 74억원을 전액 삭감한 뒤 불과 4개월 만에 124억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이 때문에 예산심의는 의원의 재량사업비를 늘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사업비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핵심은 의원들의 주머니돈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면에서 주민혈세를 쓰면서 공개성·투명성·민주성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심의와 평가,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의원들의 사업비는 정해진 용도가 없다. 소규모 지역개발사업이라는 명목에 부합되면 되고, 행정사무감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특별히 정해놓은 용도는 없다. 의원들이 건의한 것을 각 과에서 판단해 결정한다. 그러면 예산관련 과에서 모두 취합해 예산을 집행한다. 프로그램 운영쪽 보다는 하드웨어 설치 쪽에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재량사업비를 살펴본 결과 예산은 주로 설치비에 쓰였다. 도로포장·농로포장·정자설치·하천정비·농로설치 등이 많았다. 정자 같은 경우는 몇 명의 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예산을 투입했다.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동네까지 파고 든 운동기구 설치에도 많은 의원들이 예산을 썼다. 구체적으로 장병학 교육의원은 초등학교·고등학교 교육환경개선사업, 전응천 교육의원은 초등학교 주민편의시설 설치, 김재종 의원(자유선진당·옥천)은 야외체육시설 설치와 농로포장 사업비로 여러 건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케이스가 있다면 최미애 교육사회위원장이 운천동 피란민촌 주거환경개선사업에 8440만원을 투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눈에 띄는 게 없다.

또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가 없기 때문인지 친소관계가 있는 지역에 예산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모 의원은 “의원들끼리 암묵적으로 서로 밀어주는 경우도 있다. 전혀 관계없는 지역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해 뒷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때문에 혹시 인척관계나 지인의 부탁을 받고 예산을 집행한 사례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러 개인 목적으로 썼다가 나중에 발각돼 망신당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한편 김형근 도의장은 “재량사업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된다. 주민들에게는 필요하나 소소해서 예산반영이 어려운 사업에 쓰인다. 의원들은 주민들이 요구한 것을 반영한다. 지자체 사업에서 소외된 틈새를 재량사업비로 메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누가, 어떤 의도로 했는가 따져봐야 한다. 개인의 목적 때문에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철저히 가려져 있고 주민들도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예산 때문에 의원들이 집행부 눈치를 보고 견제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문제”라면서 “이 사업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수의계약을 하는지 공개경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북도, 정보공개 ‘반쪽만’
어느 지역에 쓰였는가는 ‘비공개’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1년 도의원들의 사업비 내역을 받아본 결과 농로포장·배수로공사·정자설치·경로당 보수·야외체육시설 설치·주거환경 정비 등에 많은 예산이 쓰였다. 그러나 충북도에서 의원별 사업비 예산을 공개하면서 어느 지역에 썼는가는 밝히지 않아 ‘반쪽 공개’에 지나지 않았다. 농로포장을 하더라도 어느 지역에 했는가를 알아야 이 예산이 타당하게 쓰였는가를 알 수 있는데, 도는 이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들 또한 이 사업비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집행부와 의회의 이런 태도는 결국 재량사업비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갖게 하는데 일조한다. 충북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청주시와 충북도에 재량사업비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청주시는 동별 예산과 집행내역, 계약방식, 지출결의서 등을 공개하였다. 반면 충북도는 전체예산 대비 각 지역별 사업명과 예산 등 단편적인 공개만 해서 전반적인 사업규모와 지역별 소요예산 외에는 분석이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각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속시원히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업비가 타당하게 쓰이고 필요한 예산인가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밀실에서 계획하고 집행할 것인가. 의원들의 ‘쌈짓돈’이라는 낙인이 찍힌 데는 이런 비공개가 한 몫 하고 있다. 논의를 통해 재량사업비가 명실공히 주민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결론이 모아지면 많은 사람들의 힘을 보태 더 좋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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