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인대 파열로 입원한 20대 환자, 의료과실 주장
"더 이상 못 믿겠다… 다른 병원서 제대로 치료받고파"

▲ 오른쪽 검지 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로 6차례나 수술을 받은 L씨가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음료수 뚜껑을 따다 다친 손가락을 6차례나 재수술을 받고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가 병원측의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나서는 일이 청주에서 발생했다. L씨(26)는 군 전역 후 최근 청주에서 영상촬영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7일 밤 음료수 병뚜껑을 따다 오른손 검지 인대(힘줄)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다.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입원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수지접합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는 청주의 한 병원 소식을 듣게 됐다.

L씨는 집에서 입원 준비를 한 뒤 친구와 함께 다음날 새벽 1시 30분께 유명하다는 청주 가경동의 한 병원을 찾아 입원했다. 이 병원은 바로 청주에서 수지접합 분야의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병원 중 하나다. L씨는 영상촬영 등 기본적인 검사를 마친 뒤 의사가 출근하는 오전 9시쯤 끊어진 인대를 잇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보름쯤 돼 내원한 병원에서는 뜻밖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인대가 제대로 붙지 않아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당시 L씨는 깁스를 풀기도 전에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황당했다고 한다. 그는 병원측의 말 대로 곧바로 재수술에 들어갔다. 그런데 수술도중 부분마취가 풀리면서 다시 마취를 하기까지 고통을 느끼는 황당한 경험까지 해야 했다. 이후 수술 경과를 알아보기 위해 주치의를 만난 자리에서 L씨는 또 한 번 황당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손가락 인대가 유착되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부분마취가 풀려 수술도중 고통을 호소했던 L씨는 이번에는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손가락 수술에 전신마취 수차례"
하지만 수술경과가 좋지 않아 L씨는 이후에도 3차례나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심지어 수술을 한 지 5일도 안 돼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L씨는 지난 3월 17일 밤 사고 이후 다음날 오전 수술을 받은 뒤 10월 10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재수술을 받았다. 2번은 부분마취, 나머지 4차례는 전신마취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L씨의 오른손 검지는 여전히 유착되어 제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L씨의 두 팔과 오른쪽 손에는 적지 않은 수술 흉터 자국이 남아 있다. 끊어진 인대를 잇기 위해 왼쪽 팔목에서 떼어다 수차례 수술을 하다 보니 적지 않은 수술 흉터가 남아 있는 것이다. L씨는 더 이상 병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적절한 보상을 해 주면 더 큰 병원을 찾아 제대로 수술을 받은 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치료중이고 제대로 수술이나 받아보고 보상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씨는 "수술에 대한 고통도 고통이지만 8개월째 아무런 일도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데 대해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가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며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전역한 뒤 어렵게 찾은 영상촬영 프리랜서 일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이제 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어져 계속 수술을 진행하는 것조차가 고통이다. 차라리 적절한 보상을 해 주면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 재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L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손가락은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듯 한데 병원 측에서는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다"며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손가락 인대가 유착되어 재수술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심지어 유착을 막는다고 수술한 날 간호사가 와서 수술한 손가락을 꺾기도 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병원이다. 손가락을 완치시킬 자신이 없으면  실력 있는 병원을 소개한다든지 뭔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슬슬 피하면서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 법대로 하라며 퇴원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식수술 흉터만 늘어가…"
병원 관계자는 "퇴원을 종용한 바 없다. 법적 치료일수라는 것이 있는데 수술 후 상처가 아물거나 경과를 지켜보기까지 보름이 지나면 퇴원이후 통원치료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책임지기 전까지 퇴원할 수 없다고 나오니 한 말이었다"며 "현재 치료중이고 수술을 더 해 보고 좋아지지 않으면 그 때 보상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치료 중에 딴 소리를 하니 나온 얘기다. 환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인대가 유착이 잘 되는 경우다. 특이체질인 점도 있어 수술 경과가 좋지 않은 것이지 의료과실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는 특이체질로 인대가 잘 유착되는 경우다. 인대를 감싸고 있는 폴리에 문제가 있는 듯 해 인공 폴리를 써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박리(유착된 인대를 떼어 내는) 수술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재수술을 하게 됐다. 아직 치료중이니 병원을 믿고 수술에 응해줬으면 한다. 재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고 결국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으라고 한 것인데 오해를 산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과실 여부는 차치 하더라도 적어도 L씨가 파열된 인대를 수차례 재수술하는 동안 두 팔목에 늘어가는 흉터만큼이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병원 측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겠지만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좀 더 책임지는 자세와 용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씨는 병원측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22일 오전 병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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