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나라당 정치인이 친이, 친박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예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말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도내 친박 정치인의 원조격인 윤경식(청주 흥덕갑) 위원장은 최근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과거 친이에서 친박으로 정체를 바꾸는 정치인들이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창출을 바라는 처지에서는 이들마저도 포용해야하는 상황이다. 윤 위원장은 이같은 귀순자들을 ‘월박(越朴)’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공천경쟁이 친이 대 친박 구도로 형성되는 것에 대해 심규철 당협위원장이 경쟁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고, 본선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이재한 지역위원장은 다 지역구도 속에서 같은 옥천 출신이다.

박 회장 측에서는 ‘한순간도 친이였던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으나 도내 친박 정치인들은 그를 친박모임에서 ‘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박 회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은 더 나아가 ‘중앙의 친이 정치인들과 교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이계로, 당내 공천을 다투게 될 심규철 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은 “서울에서 듣는 얘기랑 지역에서 듣는 얘기가 다르다. 박 회장은 지난 대선 때 MB라인에 줄을 섰던 것으로 안다. 친이 의원들에게 술밥을 샀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또 나오는 상황도 아니고, 박근혜 전 대표도 당내화합에 신경을 쓸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냐”며 공천을 자신하고 있다.

심규철 “서울얘기, 지역얘기 달라”

박 회장은 14일 기자회견을 포함해 그동안 지역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지역 민심도 박 전 대표에 좋은 여론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만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그동안 친이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측근 Q씨는 “MB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만약 친이였다면 서울에서 두 차례나 출사표를 던졌을 때 공천에서 번번이 탈락했겠는가. 광진구청장 선거, 구로을 총선 등 두 번 모두 결국 MB계가 다 공천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에 살면서 이곳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맹형규 현 행정안전부 장관과 막역한 관계인 박 회장은 17대에 송파구 출마를 저울질했으나 꿈을 접었고 18대 총선 당시에는 구로을에 공천장을 냈다. 또 지난 6·2지방선거 당시에는 인재영입위원회 추천으로 광진구청장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휘자 부탁받고 부단장 맡아”

박 회장이 박사모 상임고문 등 친박단체에서 활동하고 자신의 서울지역 공천탈락 역시 친이가 아니었기 때문으로 돌리고 있지만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또 한 가지 사례가 있다. 김윤옥 여사가 단장으로 있는 기독교 관련 칸티클합창단의 부단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05년 창단된 칸티클 합창단의 부단장을 맡아오다 올해 사퇴했으며,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해마다 이 합창단에 200~300만원 정도를 후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Q씨는 이에 대해 “칸티클의 부단장을 맡은 것은 지휘자인 이 모 교수와의 오랜 친분과 부탁 때문이다. 김윤옥 여사와는 개인적으로 전혀 친분이 없고 행사 때 현장에서 한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음해하는 마타도어가 나돌아 올 들어 부단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교수도 이같은 부담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Q씨는 또 행사후원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장학사업이나 문화행사 지원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칸티클합창단의 공연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외에도 지역 출신 기업인인 라정찬 씨가 대표로 있는 알앤엘바이오가 해마다 후원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박 회장 측은 최근 서울의 모 시사주간지 등의 보도 등에 대해 배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14일 옥천군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서울에서 사실무근인 기사가 보도돼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해당 언론사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어서 즉각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청리뷰 취재과정에서는 전화를 통해서라도 박 회장의 직접 단변을 들으려했으나 모든 답변은 Q씨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