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인 1500억원 가량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애써 진정하고 있지만 속내는 불난 호떡집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컴퓨터바이러스 백신개발이라는 불모지에 뛰어든 신지식인, 삶의 지표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멘토라는 이미지가 전부였던 안철수는 이제 양대 선거의 운명을 좌우할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가 과연 정치판에 직접 발을 들여놓을 것인가, 정치를 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 것인가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있다. 혹자는 ‘떠밀려서라도 대선에 나서지 않겠냐’고 얘기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대한 영향을 행사했듯이 어떤 식으로든 양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떠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를 보면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이 생각난다. 두 인물은 사뭇 다른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시대적 배경에서 발생한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허생은 만년서생이었다. 10년 글 읽기를 작정했으나 아내의 바가지에 질려 7년 만에 가출한다. 허생은 서울 성중의 최고 부자 변씨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1만냥을 빌리고는 감사의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세상을 향해 실험만 할 것인가

그는 과일류를 2배의 가격으로 사들였다가 추석 때 되팔아 큰돈을 번다. 그러고는 “만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라고 탄식한다.

그는 다시 제주도로 가서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라며 말총을 매점매석한다. 과연 망건 값이 10배로 뛰어올랐다.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땅이 비옥한 무인도를 소개받고 도적의 무리와 그들의 아내, 소를 이끌고 그 섬으로 간다.

나라 안에는 골칫거리이던 도적들이 사라졌다. 섬에는 2000명이 1년 동안 먹을 양식이 이미 준비돼 있었다. 허생은 이곳에서 지은 농산물을 일본의 속주에 내다팔아 100만냥을 얻었다.

허생은 사람들을 섬에 두고 떠나면서 50만냥은 바다에 버리고 나머지 돈으로는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리고 변씨에게 10만냥을 갚았다. 소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만년서생으로 돌아간 허생에게 변씨가 이완 대장을 소개한다. 역사인물인 이완은 인조 당시 북벌을 추진했던 무신이다. 그러나 허생은 예법만 중시하는 사대부를 크게 꾸짖어 돌려보낸 뒤 잠적한다.

허생전 스토리 못지않게 안 원장의 삶도, 연구소의 주가도 극적이다. 연초만 해도 1만650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지난 9월1일 서울시장 출마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사흘 만에 38%나 급등했다. 이후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밀면서 정치테마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지난달 24일 1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는 허생처럼 돈을 부풀려 사회에 환원했다. 다만 알 수 없는 것은 결말이다. 허생처럼 세상을 향해 실험만 하고 물러날지 아니면 현실정치로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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