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11월4일 ‘시민이 주인입니다’라는 선언적 명제를 던지며,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언론인들과 학자들이 모여 미디어 생태계환경을 민주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 정책대안을 만들겠다는 게 취지다. 대안마련을 위한 첫 번째 의제는 ‘지역방송의 제자리 찾기’였다.

지역방송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한다고 해도 이제 살아남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지역방송의 제자리 찾기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고민해보자는 거였다. 그동안 늘 지역방송을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정책들을 만들어왔지만 정작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늘 지역방송을 살리자고 하면서 단기적인 처방에만 그쳤고 그때가 지나면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논의는 원점으로 흘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무엇보다 방송법에서부터 지역방송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지역방송을 서울시 외의 지역을 방송구역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의 반대 개념이자 변방에 해당하는 지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니 지역방송에 관한 정의를 삶의 단위에 기초한 개념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지역방송이 서울 쪽 방송에 종속된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중앙집권적인 현재의 시스템을 지역방송에 개방적이고 독립적인 환경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지역방송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지역의 1% 기득권층이 아닌 99%의 지역민을 대변하는 방송일 때 법제도 개선과 맞물려 지역방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가 아니라 99%의 지역민을 위한 방송인가라는 물음은 이날 토론회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발제 뒤에 이어진 토론에서도 지역방송이 지역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가 살려야 하는 게 지역방송이냐, 지역방송 사업자이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주민 편에 서야 주민이 살린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지역민들의 요구가 지역방송을 통해 실현되고 있느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는 지역민들은 지역방송을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오히려 지역방송을 너무 보호만 해왔다며, 지역민과 더 밀착하고 경쟁력을 높여 지역문화 창달을 구현하는 지역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민방들이 제작비 투자는 인색하고 주주들에게 높은 배당을 해오지 않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주주들의 배불리기를 위한 방송으로 지역민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는 문제제기다. 지역방송의 달라지지 않는 현실, 높은 배당이익을 받는 지역방송사의 주주들, 그리고 다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자고 하는 정책적 요구가 맞물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과 지방간의 극심한 불균형, 자족형 지역사회가 만들어지지 않고, 중앙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지역방송에만 왜 지역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냐고 몰아붙이는 게 억울한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이 아니 지역언론이 과연 99%의 지역민을 대변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창립한 지 8년째, 이제까지 우리가 주장해온 중심적인 기치는 “지역언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관심을 가져야한다, 살려야한다”였다. 그런데 지역언론은 지역민을 위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라는 물음 앞에서는 말끔해지질 않는다. 우

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는 건 아닌지 되묻는다. 99%의 지역민을 대변하지 않는 지역언론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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