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다다오' 자연이 건축물 안으로···군고구마 먹으며 추위 녹일 수 있는 곳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차를 문의면으로 달릴 때 들어가는 데가 있다. 면 소재지 문의농협 옆 커피숍 ‘다다오’. 건물 외벽을 누드 콘크리트기법으로 해서 울긋불긋 건물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청남대 단풍구경 하고 나서 차 한잔 하면 좋은 곳이다.

단풍구경을 갔다. 청원군 문의면으로. 청주시내에서 가깝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은 그래도 이 곳이다. 대청댐과 청남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청댐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청주시민들에게 그나마 탁 트인 호반을 보여주고, 청남대는 한 때 최고 권력자가 누렸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더욱이 문의면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서 매연을 내뿜는 공장이 없는 만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한다. 그래서 화가와 사진작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한 때는 10명이 넘는 화가들이 문의에 작업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가을단풍이 절정일 때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문의면 소재지 상가는 특색이 없다. 여느 면 단위 번화가와 다를 바 없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이런 점이 안타깝다. 삽겹살·오리·칼국수·해장국·된장찌개 집이 뒤죽박죽 들어서있고 사이사이에 관공서·슈퍼·철물점 등이 있다. 간판부터 건물 표정까지 솔직히 정이 가지 않는다. 문화예술적 안목을 가미했다면 좀 더 특화된 상가를 형성하고,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텐데 말이다. 낯선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지만, 먼저 관광객이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것은 건물 이미지에 달려 있다. 관광 문의를 만들려면 면소재지 이미지를 보다 인간적이고 문화가 흐르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 남향이어서 햇살이 잘 들어오는 커피숍 '다다오'. 실내가 세로로 긴 독특한 구조다. 사진/육성준 기자

문의농협 옆 커피숍 '다다오'에 들어갔다. 이 집에는 화초가 많다. 들어가면 제라늄·베고니아가 제일 먼저 아는 체를 하고 자리에 앉으면 작은 화분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창 쪽을 바라보면 소나무·감나무·앵두나무·석류나무·라일락 등이 존재를 알린다.

이뿐 아니다. 대나무의 푸른 줄기도 볼 수 있다. 집 지을 때 천장 지붕을 아예 뚫어 대나무는 3층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손님들이 더러 이 대나무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인줄 착각한다고. 커피숍 안에서 이렇게 큰 나무가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과 거름을 먹은 대나무는 쑥쑥 자라 1년이면 죽순 6~7개를 보여줘 주인을 기쁘게 한다. 이 주인은 아침마다 나무에 물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각종 블로그와 카페에 많이 등장

▲ 하늘을 향해 뻗는 대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집만의 독특한 설계 덕분이다. 쑥쑥 자라는 대나무는 3층 높이까지 올라갔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 건물은 조항선 씨가 지었다. 톡톡튀는 건축기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는 청주시내 성안길에서 같은 상호 ‘다다오’라는 찻집으로 운영하다 지금은 스포츠 의류점 ‘mont-bell’로 바꾼 건물, 율량동 커피숍 ‘숲’, 호프집 ‘룰루랄라’ ‘56번가’와 문의면에 퓨전 한정식집인 ‘마중’ 등을 지었다. 조 씨는 이 커피숍에 대해 “내부를 세로로 길게 해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었고, 자연을 건축물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방법을 시도했다. 대나무를 심은 것 역시 그런 묘미를 노린 것이다. 이 곳에 앉아 있으면 안팎과 하늘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듣고보니 마치 정원에 앉아 있는 것 같다.

현 주인은 지난 2009년 조 씨한테 이 건물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진촬영은 원치 않았다. 금속공예가인 주인 딸이 만든 액세서리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도토리와 금속을 이용한 목걸이, 도토리 껍질로 만든 반지, 사람모양 브로우치 등이 있다. 목공예하는 후배들이 대나무 죽순을 잘라 만들었다는 가리개용 발은 정말 멋있다. 그래서 공예비엔날레에 출품해도 좋을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고보니 소품도 예사롭지 않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산타 할아버지와 작은 초, 크리스탈 인형 등. 지난해 겨울에는 빨간 천으로 식탁을 덮고 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인상적으로 해놓았던 걸 보았다.

일단 이 정도 구경한 뒤에는 차를 한 잔 해야 한다. 볼 것 없이 커피를 주문했지만,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가 있다. 쿠키·케익·디저트와 차를 내오는 ‘애프터눈 티 세트’ 따뜻한 초콜릿에 과일·마시멜로를 주는 ‘퐁듀’ 녹차원액에 생크림을 얹은 ‘녹차 곤빠냐’ 핫도그·이태리 피자·벨기에 와플이 나오는 ‘브런치 타임’ 등. 커피는 기분을 좋게 해주었고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주인은 “겨울에는 난로를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손님들에게 준다. 문의면에서 농사지은 고구마를 해마다 우리집에서 몽땅 사들인다. 어떤 손님들은 직접 고구마를 가져와 굽기도 한다. 이제 시작할 때가 됐다”며 웃었다. 주인 말을 들으며 정겨운 풍경을 상상했다. 군고구마와 따뜻한 차는 잘 어울린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 집은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지 않았는데도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사진과 글을 올리는 바람에 유명해졌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물건을 잔뜩 싣고 와 이 찻집에서 화보 찍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SNS덕을 톡톡히 본다고 할까. 그런데 주인은 수입이 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운영경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이래 저래 바쁜 일이 있으면 문을 닫았는데 멀리서 온 손님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해 요즘에는 문닫는 일이 없다. 수입이 많지 않아도 찾는 사람들이 있어 가게를 지키려고 한다”며 “문의면 전체가 상권이 죽어 걱정이다. 하긴 나라 전체가 아우성인데, 뭐..”라고 한마디 했다.

▲ 건물은 누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건물 전경.
커피숍 1층은 직선적이고 깔끔하나 2층은 좌식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3층으로 올라가면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시장 근처는 대청댐 푸른 물과 청남대의 단풍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