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Facebook 시민토론 8

예술가거리 안덕벌에 본관건물만 8만6000㎡ 비어있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로 도심재생 새로운 가능성 엿봐

충청리뷰 Facebook 시민토론 8 <연초제조창 건물의 활용 방안>

청주시 내덕동 연초제조창은 70~80년대 충북경제를 견인했다. 연초제조창이 있었기 때문에 인근 지역인 진천과 청원에서 담배농사를 지었다. 연초제조창에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가장의 어깨가 으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금연 바람과 제조업의 쇠퇴로 담배산업은 불이 꺼졌다. 연초제조창은 10년째 비어있었다.

청주시와 KT&G의 기나긴 소송은 시가 350억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올해 결론이 났다. 청주시는 향후 5년간 무이자 분할상환약정에 따라 내년에 우선 10억원을 지급한다. 이후 85억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이 옛 연초제조창에서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주제로 9월21일부터 40일간 열렸다. 올해 행사는 국내 최초의 아트팩토리형(art-factory形) 비엔날레로 호평을 받았다. 조직위는 연초제조창 건물 8만6000㎡ 중 5만5000㎡를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사용했다. 아트팩토리란 오랫동안 방치됐던 건물에 문화를 주입하는 프로젝트다. 이미 유럽과 선진국에서는 아트팩토리를 통해 도심 재생까지 이끌어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놓고서는 ‘아파트를 짓자’ ‘3D산업단지를 만들자’ ‘영화세트장을 조성하자’는 등 말만 무성했다. 사실 시민들은 이 거대한 공간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묵혀둔 보람이 있다. 올해 공예비엔날레를 ‘아트팩토리형’으로 치르고 나니 공간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역 최초의 분원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비엔날레 상설전시관을 조성하자는 말도 나온다. 이제는 공론화할 때가 됐다. 이 거대한 공간을 무엇에 쓰오리까?

▲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은 도심재생과 관련해 청주가 안고 있는 골칫덩어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계기로 도심재생과 관련한 기대가 분출하고 있다.

다양성 고려 전시·공연·창작 복합공간 추구해야
재건축보다는 재생에서 답 찾자는 데 ‘만장일치’

한정된 지면에 시민토론자들의 주장을 모두 담아내지 못할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논쟁은 없었다. 문화예술 공간이 돼야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론을 정리하는 마음도 가볍다. 논제에도 밝혔듯이 옛 연초제조창은 비어있는 본관건물만 8만6000㎡에 이를 만큼 방대한 규모다. 동부창고도 9개동도 2개동만 사용 중이다.

따라서 시민토론자들의 견해는 공간의 정체성에만 부합된다면 모두 수용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만한 도심재생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지면의 제약으로 토론전문을 싣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요약 정리했다.


이현석·Taewon Kim 님의 주장 “공예촌”

이현석 님은 3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의견이라며 공예촌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석 님은 “청주는 공예 인프라가 상당히 많다. 공예비엔날레의 역할이 컸다. 동네마다 공방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개인 공방들을 한 데 모아 서울의 인사동 혹은 그 안의 쌈지길 같은 형태의 공예촌을 만드는 것이다. 청주는 관광자원이 열악하다. 실체도 콘텐츠도 없는 의료관광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지역 개인공방 손님들과 이용자를 그대로 모셔오고 장기적으로 공예 관광촌을 만들어 관광자원까지 이루자는 것이 그림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현석 님은 또 “초기단계의 생활공예촌이 활성화되면, 일반 순수 예술가분들에게도 공간할애를 통해 생활공예와 순수공예의 경계를 허물고, 종합예술촌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 공예품 판매장, 체험장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이 보고 듣고 즐기는 종합예술촌으로서 가능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won Kim님도 맞장구를 쳤다. Taewon Kim님은 “이현석 님의 아이디어에 한 표를 던진다.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42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성황리에 끝마쳤다. 제조창을 공예비엔날레 행사장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호평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연초제조창 부지는 문화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청주가 공주나 부여와 같은 관광도시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지도가 강한 공예에 힘을 싣는 것이 마땅하다”고 힘을 보탰다.

이석호 님의 제안 “문학관·소리박물관·예술영화관”

이석호 님은 평소 생각해온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문학관에 대해서는 “청주청원문학관 혹은 청주문학관을 추진하는 것인데, 일정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동시에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석호님은 “청주에 문학관이 세워지는 상상을 하는 건 매우 가슴 설레는 일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문학관 설립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는 소리매체나 음향기기, 악기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 설립이다. 이석호 님은 “음악이란 사람과의 소통과 영혼의 휴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의식주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만약 소리박물관이 현실화된다면 소장한 축음기와 LP를 기증할 수도 있다. 몇몇 음악 애호가들의 골동품을 만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을 어떻게 열 수 있을지 오랜 기간 고민만 하고 있는 형편이니 관심 있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석호 님은 끝으로 복합상영관의 천편일률적인 상업주의적 운영에 대한 대안으로 예술영화관을 만들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석호 님은 “저질문화 확산의 주범 역할을 복합상영관이 자행하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예술영화관을 세우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예술영화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우택 님의 제안 “번역국”

김우택 님은 세계의 많은 서적을 번역관리 보관하는 번역국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김우택 님은 “직지와 연관해 세계적인 번역국의 최적지로 본다. 국가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공간은 예술전시장으로 하고 의학서적, 과학서적 등 많은 전문서적을 한글로 볼 수있는 최고의 도서관 겸 미술전시장. 한글만 배우면 전 세계 논문을 다 볼 수 있는 꿈의 도서관. 그리고 충북의 예술인들의 작품도 감상하고….”라며 창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새로운 창안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Taewon Kim님은 “이상적 대안이 있을 수 있고 실현가능한 대안이 있을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대안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모두를 가져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상적 대안을 추구하다보면 실현불가능하거나 혹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져서 골치를 앓게 되진 않을까 우려되는 점도 있다”면서 “소리박물관이나 번역국은 이상적인 대안이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손영호·정우철 님의 제안 “복합공간”

손영호 님은 “이번 공예비엔날레로 용도가 얼추 정해진 듯싶다. 예술의전당도 있지만 공연 공간이 협소해 티켓이 너무 비싸다. 여러 시설을 갖춘 좋은 공연장도 좋고 청주에 상설 미술관도 없는데 미술관 활용과 작업장 제공도 괜찮을 듯싶다”며 복합공간이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청주시의회 의원인 정우철님은 청주시와 한범덕 청주시장이 그동안 구상해온 계획 전반에 대해 힘을 실었다. 정우철님은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 3D 산업단지 조성, 예술문화촌 건립 등의 계획이 잘 실현되기를 희망한다”며 “최근 한범덕 시장과 일본을 방문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과 옛 다이와 직물공장을 재생해 사용하는 가나자와 예술문화촌을 살펴보고 왔다. 옛 연초제조창은 청주시가 거듭날 수 있는 도시공간으로 재생되어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이밖에 김용훈 님도 “낙후된 시설과 부지에 문화시설공간이 열악한 청주시의 현대미술관분원유치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민병동·엄경출·연방희 님 “공간활용의 원칙이 중요”

공간이 넓으니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간 활용의 원칙이다. 민병동 님은 “다시 건설을 하지 말아야한다. 지금의 공간도 최고의 살아있는 공간이다.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답을 주고 있다.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서는 더 좋은 공간으로 태어날 수가 있다. 이것만큼 경제적인 측면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병동님은 또 “어느 이익집단의 힘겨루기가 되지 않다. 특히 몇몇 사람, 독단의 인맥으로 결정되고 진행되지 않아야한다”고 경계했다.

엄경출 님은 “이현석 님의 공예촌을 좋은 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까보다는 ‘녹색수도’와 ‘시민참여’라는 청주시의 모토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재탄생되기를 바란다. 생태와 친환경, 재활용, 자원순환 등의 내용과 시민이 주인이라는 참여주체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브라질의 쿠리치바를 예로 들었다.

연방희 님도 “국립미술관 보관창고인 수장고는 문화적 유발효과는 없는 사업이고 아파트 건립은 공공기관에서 할 사업이 아니며, 촬영세트장은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도민은 물론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전시·공연·창작 활동공간으로 사용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광희 님의 청사진
송봉화 님의 현실론

어찌 됐든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지역의 기대는 고목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기적을 바라보는 듯하다. 이광희 님은 “한국을 찾는 예술가들이라면 한번쯤 들러줘야 하는 곳, 예술작품들의 탄생과 재탄생이 거듭되는 공간, 문화와 예술인들이 시끌벅적한 곳, 돈이 되는 전시공간, 적어도 삼사일은 묵어가면서 봐줘야 다녀갔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전시실, 평상시에도 예술과 문화관련 세미나와 크고 작은 모임이 열리는 곳, 전국 예술대학들의 상용 커뮤니티 공간이 돼야한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동조하면서도 전문가 육성 등 인적 대안이 뒤따라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봉화님은 “이광희님의 글에 공감한다”면서도 “베니스비엔날레가 오늘의 명성을 얻은 것은 오랜 시간 그들의 철저한 노력과 인적구성 때문이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이기에 그러한 노하우들이 쌓여 오늘이 있는 것이다. 조직위의 냉정한 판단과 전문가의 운영은 청주비엔날레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하나의 방안으로는 객원 전문가를 키우는 방법도 있다. 지역의 사람을 교육시키는 노력은 장기적인 면에서 필요해 보인다. 이번 비엔날레가 좋은 평을 받는 것은 장소의 특수성이 그 바탕에 깔려있고 공모전에 응모한 인적구성에 대한 면밀한 파악도 필요해 보인다. 향토에 기댄 감성적 판단은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정리=이재표 기자 gaja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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