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청주시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차선도색기술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중앙선이나 횡단보도를 그려놓으면 정확히 1년(만) 간다는 것이다. 1년도 못가서 지워지면 욕을 먹을 테고 2,3년 가면 해마다 공사가 발주되지 않을 텐데, 꼭 1년에 한 번씩 도색을 하게끔 시공을 한다는 얘기다. 정말 놀라운 기술력이다.

웃자고 꺼낸 얘기가 아니다. 뜬금없는 얘기도 아니다.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마침 양대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가 화두가 되다보니 끄집어낸 얘기다. 혹자는 복지얘기만 나오면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서민, 아니 대다수 국민들은 계기야 어찌 됐든 주머니사정을 염려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착한 서민들은 이러다가 국고가 바닥나지 않을까 미심쩍어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민생 챙기려다 나라가 쪽박 차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반값등록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집에는 없다지만 지난 대선에서 분명히 반값등록금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제와선 ‘증거를 대라’는 식이다. 반신반의했던 국민들도 ‘그래 대학등록금까지야…’하며 초연하다.

10.26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부터 당장 서울시립대에 대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단다. 등록금은 1년 평균 476만원에서 238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4.27재선거로 집권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강원도립대에 대해 2014년까지 무상교육을 전제로 2012년 30%, 2013년 60%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7억4000만원을 편성했다. 이러다 서울시나 강원도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

도색 예산 18억… 등록금 차액 16억

박원순, 최문순이야 재·보궐선거 때 반값등록금 혹은 도립대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서 그렇다지만 가만히 있던 이시종 충북지사까지 충북도립대 반값등록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니 이 무슨 조화인가?

이 지사는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시행키로 하고, 강원도립대가 ‘단계적 등록금 감면시행’을 진행 중인 점을 언급 한 뒤 “충북도립대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또 “내년부터 시행하게 될 경우 2012년 예산안에 사업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작업에 속도를 내라”고 당부했다고.

이 지사의 지시대로 충북도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일 경우 도는 연간 16억원의 예산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1998년 개교한 충북도립대의 총 정원은 1080명이고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299만6000원이다. 16억원 때문에 충북도가 망할 리야 없겠지만 그 부담은 누가 떠안아야 되는 걸까. 어떤 정치인은 퍼주기식 복지는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물려주는 거라고 경고하던데….

결론을 말하자면 주민들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살림을 규모에 맞게 하는 것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몫이고, 감시는 의회가 잘하면 된다. 참고로 청주시의 내년도 차선도색 예산은 1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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