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원희룡 의원 '오이밭에서 신발끈 매지 말아야'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을 조성하겠다는 충북도의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찬반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충북도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9일 공식화했다.

도는 사업비 8억원을 들여 폭 1.5m, 길이 1㎞ 규모의 산책로를 내고 이 곳에 구름다리와 정자를 설치하는 '이명박 대통령길 조성' 공사를 빠르면 내년 4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청남대에는 이미 전두환·김대중·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 5명의 이름을 딴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유독 이명박 대통령길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다른 산책길은 임기를 마쳤거나 작고한 대통령의 이름을 땄지만 MB길은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길이란 것이 논란의 출발점이다.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은 전례가 없는 점,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국정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는 점, 수도권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지방을 고사시키고 있는 점 등을 내세우며 "사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당도 8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 길 조성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그 예산을 '친서민정책'에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민노당이 내세운 반대이유는 퇴임하지 않은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 이 대통령을 기릴만한 업적이 없다는 점, 이 대통령과 청남대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다.

10·26 재보선에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한나라당 안에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제발 오이밭에 가서는 신발끈 매지 말아주시길'이라며 반대입장을 확실히 했고, '민본21'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민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정할 수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런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당초 예산안에 관련사업비를 반영해 놓은 충북도는 강행의지를 밝혔다.

장화진 청남대관리소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마련하고 "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 전직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모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순수한 관광목적사업"이라며 "청남대를 활성화하려는 것일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장 소장은 "도는 대통령길을 제주도 둘레길에 버금가는 최고의 산책로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머지 전현직 대통령 5분의 이름을 딴 길을 추가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4년부터 지난해말까지 41억원을 들여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 5명의 이름을 딴 산책로를 조성한 도는 2013년까지 36억원(내년 12억원, 2013년 21억원)을 더 투자해 총 거리 6㎞ 규모의 산책길을 만들고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청남대 대통령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