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월악산 보광암 명진 스님, 무조건 맹신 아닌 근원적 의미 찾는 신앙 강조

▲ 명진스님(제천 월악산 보광암)<약력>-충남 당진 출생-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전 봉은사 주지·선원장-조계종 민족공동체 촉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
<인문학 강좌>충청리뷰와 국립 청주박물관이 공동주최하는 '2011 하반기 청주 인문학교실' 5번째 강연이 3일 오후 국립 청주박물관 정보자료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스님은 사춘기'의 저자 명진(61·제천 월악산 보광암) 스님이 '성찰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란 주제로 이어갔다. 스님은 "불교는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각성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성찰하는 삶이 왜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 사춘기와도 같았던 자신의 삶에 빗대어 솔직 담백하게 소개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믿음은 미신(迷神)에 불과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불량소년이 선방에 들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삶의 교훈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에 담배를 태웠고 서울공고를 다닐 때까지는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당시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세계와 성경에 궁금한 점이 많아 교회 목사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괴롭혔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도 수천여명이 일요법회를 찾고 신도들의 요구로 재 법회가 열리기까지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스님은 "20년 동안 해 오던 등산이나 골프를 못 치면서까지 신도들이 일요법회를 찾은 이유는 뭔가 내 삶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며 "종교는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 시대의 종교는 근원적 의미에 소홀하다"며 "참선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고 기도는 소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함이다. 길 떠나는 아이를 위해 정화수를 떠 놓고 칠성님께 비는 할머니, 어머니의 정성과 좋은 차(BMW)를 타고 100만원을 놓고 가는 신도의 소원 중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겠나? 또 어느 것을 더 잘 들어 주겠나? 아마도 절은 현찰을 놓고 가는 신도를 더 좋아 할 것이다(웃음). 그러나 지극함과 간절함은 어느 종교와 상관없이 소망하는 것이 이뤄질 것이다. 하나님은 창조주이고 부처님은 인류의 스승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도둑질한자 죄 지은 자가 십일조만 내면 모든 죄를 사함 받고 시주하면 천국과 천당에 이른다는 것은 '좋은 차를 타고 100만원을 놓고 가는 신도'와 뭐가 다를 것이 있나"며 "무엇이든지 지극함과 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서구는 우월하고 좋은 것이고 동양은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는 것도 잘못이다"고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서구는 '현대화' 되어있고 동양은 '구태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에서 출발 한다"고 설명했다.

또 "똑같이 잠자는 곳인데 '호텔'이 '여관'보다 고급이고 '빌딩'이 '건물'이란 표현보다 더 낫고 '뒷간'이란 우리말 보다 화장실, 토일렛(Toilet)이란 말이 더 고급스럽게 쓰이는 이유도 이런 선입견에서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선입견이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 떨어지는 종교로 인식 된다"며 "사찰의 화려한 단청도 사실 임금님을 모시는 궁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부처님을 모시는 '절'로 옮겨 온 것인데 거부감을 주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불교를 구태의연한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내가 있어 종교가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왜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세상만물을 순간이 아닌 6일 만에 창조하셨는지? 발자국이 있는 눈은 왜 빨리 녹는지? 성경 요한계시록(묵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상징 '666'의 의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기질문을 해야 한다. 자기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지불회(但知不會) 모임을 갖고 있는 스님은 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의 의미를 ‘육식작용’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새롭게 풀어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과학에서 인간의 감정을 5감으로 정리하지만 불교에서는 하나를 추가해 6감(六感)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6감은 눈(眼)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마음(意)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이것을 6근(眼, 耳, 鼻, 舌, 身, 意)이라고 하고 이것의 대상이 되는 것을 6경(色, 聲, 香, 味, 觸, 法)이라고 한다.

이 6근과 6경이 합쳐져 12처라고 하고 6근과 6경이 만나서 느끼는 감정을 6식(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합쳐 18계라고 하고 '36계 줄행랑'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는 것이다. 36계를 과거, 현재, 미래의 3세로 곱하면 바로 108번이 되고 이는 우리 중생의 3세 108번뇌가 된다는 것이다. 즉 스님은 ‘666’은 번뇌심으로 부터 시작된 사적인 판단 세계라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무조건적인 믿음은 미신(迷信)에 불과하다"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당부했다. 또 "밥(米)은 양(陽)이요 법(法)은 음(陰)이다"며 "모음(ㅏ) 한자를 뒤집으면 극과 극이 된다. 세상의 이치는 밥을 공정하게 나눠 먹기 위해 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존재에 대한 지극한 물음은 '모른다'로 통한다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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