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수감전력 47세 절도범, 출감 3개월만에 절도

“이번엔 정말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참아보려 했는데…”
인생의 절반 이상을 수감생활로 보낸 40대가 출소 3개월만에 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 16일 구속됐다.

72년부터 특수절도 등으로 31년이나 수감생활을 해온 김모씨(주거부정·46)는 지난 97년 1월 특수절도 혐의로 징역 2년에 보호감호 7년의 형을 선고받아 복역중 지난해 11월 말 감호소에서 가출소해 지금까지 일정한 직업 없이 4개월 가량 노숙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오랜 수감생활에 익숙했던 그는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없었고,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15일 새벽 1시 5분경 청주 서문동 소재 지모씨(70·여)가 운영하는 복권판매소에서 인적이 드문 틈을 타 알루미늄 새시를 뜯어낸 후 그 안에 있던 소형카세트(20만원 상당)를 훔치던 그는 형사활동을 벌이던 경찰들에 의해 붙잡혔다.

15일 무심천변에서 다른 사건으로 매복하고 있던 동부서 형사들은 김씨가 현장부근을 떠나지 않고 배회하자 수상히 여겨 감시하던 중 그가 범행하는 것을 포착하고 현행범으로 전격 체포했다.

어릴 적부터 교도소를 드나들어 이제는 물건 훔치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는 그는 “미평 갱생보호소에서 지내다 현재는 특별한 주거지 없이 중앙공원 등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당장 먹을 것 마저 없어 돈이나 복권 등을 훔쳐 숙식을 해결하려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몇 년씩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예전과 너무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생활도 막막했다”며 “차라리 교도소 생활이 그리운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15살에 ‘절도’혐의로 1년을 살고 나온 뒤 남들 처럼 살아보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건을 털다 붙잡혀 구속되는 일이 반복됐다”

교도소 출소 후 2개월 이상 바깥 생활을 해 본 기억이 없다는 그는 “12번의 출감 중 이번이 가장 오래 머무른 것 같다.  장기간 교도소에 있다 출소하면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고, 적응을 할 수 없었다. 또 취직을 하려해도 전과자라는 이유로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이번에 나와선 막노동이라도 하려 했지만 자리 구하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탓에 결혼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김씨는 “부모님이 인천에 살고 계시지만 살림이 넉넉지 않아 같이 살 형편이 아니었다. 출소 후 지난 2월에 한 번 찾아뵈었는데 이제 80이 다 된 노모는 관절이 좋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아버지도 거동을 제대로 못하셨다. 수 십년씩 감옥생활만 하는 놈을 지금도 자식이라 여기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부서 관계자는 “절도 전과만 12번씩이나 되고 청송 감호소생활을 20여 년 간이나 한 전력을 보고 놀랐다”며 “그간의 수감 생활에도 뉘우침 없이 이번에 다시 절도(특가법상) 혐의로 구속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지만 인간적 측면에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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