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무현까지’ 시설이용 대통령길만 있는데 왜?

충북도가 관리하는 전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길’이 조성되는 것을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이명박 대통령길이 조성된다는 사실이 인구에 회자된 계기는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현직 대통령을 기리는 길을 벌써부터 만드냐’는 비판여론이 모아지던 중 청남대를 다녀온 한 사회단체활동가가 11월1일 공사안내 입간판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

이 활동가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대통령의 임기를 마친 뒤에 역사의 평가를 거쳐 기념물을 만들어야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부 친구들은 ‘어이없다’는 식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 청남대가 현직 대통령을 기리는 길을 조성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청남대에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것이다.

충북도 산하 청남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충청리뷰>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1983년 청남대를 만든 전두환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길을 만들었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제까지 청남대에 조성한 대통령길이 시설을 이용했던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한정돼 있는데, 뜬금없이 현직 대통령길을 만든다는 충북도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북도의 논리대로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기리자는 취지라면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길’도 함께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길도 만들어야할 판

청남대 관계자는 “아직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라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본관 앞에 공사안내 입간판을 세운 것은 윗분들이 오시면 브리핑을 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아직 국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된 사업도 아니다. 간판은 며칠 전에 설치했는데 말들이 많아 치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청와대의 지시나 제안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윗분들(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청남대 활성화 방안을 찾다가 이같은 구상이 나온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공사안내 입간판 사진을 살펴보면 이명박 대통령길은 본관 정문에서 역사교육관 예정지 뒷길을 거쳐 노태우 대통령길까지 1.5m 너비로 1km에 걸쳐 조성된다. 사업기간은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이다. 구름다리, 전망대, 생태관찰로 등을 조성하는 비용까지 합쳐 사업비는 8억원(국비 4억원, 도비 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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