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치수·명품하천 사업?…"자전거道 등 4대강 아류작"
市, "직지테마공원 조성"…자문위원들,"생태체험장 조성 바람직"

▲ 청주시는 무심천을 명경지수(明鏡止水)로 나눠 수변활용 공간과 역사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자연형 하천의 본래 기능을 살려 생태체험 공간으로 개발하길 바라고 있다.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에 황색불이 켜졌다. 지난달 27일 청주시에서 열린 중간보고회에 참석했던 시민사회단체 자문위원들 조차 '전형적인 조경식 하천으로 4대강 사업의 아류작에 불과하다'며 재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주시 고향의 강 사업은 시가 3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4년 6월까지 도심하천인 무심천에 구간별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개발하는 사업이다. 특히 하천 본래의 기능인 치수와 이수 기능은 물론 시민 친수공간을 조성해 청주의 랜드 마크로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 친수 공간 조성을 환영해 왔던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수중보 등 인공시설물을 배제하고 자연 친화형 생태하천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이번계획에서 청주시 경계 하류 300m지점에 설치되는 용계보 등을 염두 해 둔 얘기다. 청주시 수질관리과 윤영진 하천관리담당은 "용계보는 새롭게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보완해 설치하는 것이다"며 "인근 5만평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높이 1.3m, 두께 0.8m, 길이 127m의 가동보를 설치하는 것이다. 사실 무심천 변에는 점용허가 없이 불법으로 채소를 일궈 먹는 농경지 등이 많아 수질오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청주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무심천 대책위원회 김수동 실행위원장은 "고향의 강 사업은 기후변화와 이수, 치수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의 대표적 아류작에 불과하다"며 "대표적인 것이 청주 무심천의 생태 군락지 확인을 위해 절대 보존지역으로 약속한 청주시 분평동 용평교에서 청주시 경계 2.8m와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무심철교부터 율량천 합류부 2.3㎞ 구간 모두 5.2㎞에 자전거 도로와 체육시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심지어 청원군과 남일면 고은리까지 자전거도로를 연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청주시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 자문위원에는 황영호, 김기동, 이용상 청주시의회 의원과 청주시 율량동·분평동 주민자치위원장, 송태호 청주삼백리 대표, 정지성 청주 문화사랑 대표,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수동 무심천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 김동우 YTN 본부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중간보고회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은 참석하지 못했으며 일부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관계자만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 참석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청주시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이 자연형 하천 본래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재고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역사·문화 축제의 장소로"
청주시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을 살펴보면 당초 사업구간인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무심철교에서 율량천 합류부 2.4㎞,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용평교에서 청주시 경계 2.8㎞ 구간 등 모두 5.2㎞와 제1운천교에서 용화사 모충대교 인근에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고 청주의 대표 유산인 직지 이야기를 테마로 하는 하천공원을 조성해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심천 개발의 콘셉트를 명경지수(明鏡止水)로 구간별로 나눠 수변활용 공간과 역사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명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청주 무심천은 지난 2007년부터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을 비롯해 너구리, 고라니는 물론 미호종개, 맹꽁이, 원앙, 삵, 백로 등의 서직지가 발견됐다. 또 다양한 식물군 서식에 대한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그런데 이 같은 모니터링 사업과 어울리지 않게 직지 이야기 테마공원으로 조성된다는데 환경단체는 우려를 하고 있다. 생태하천과 어울리지 않는 직지공원보다는 수달과 맹꽁이, 백로 서식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생태체험코스 개발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청주시가 명경지수라 이름 지은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이 세계문화유산인 직지를 모티브로 고인쇄박물관, 청주직지축제, 유등문화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여전히 무심천에 직지·생태이야기 공원(문암철교∼율량천 합류부), 구루물 광장(제1운천교∼용화사), 물억새 군락지 주성광장(남사교∼모충대교), 소규모 생태체험 시설 원마루 생태공원(용평교∼청주시 경계)을 조성할 계획이다.

예산 따라 갈짓자 행보 '눈총'
(주)자연환경복원연구원은 앞서 25일 "지난 9월부터 미호천 합류점에서 청원군 남일면 고은리 16㎞ 구간에 대한 수달 서식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4번의 조사에서 모두 36개의 수달 배설물과 한 곳의 발자국을  확인했다"며 "청원군 상류지역과 미호천도 활동범위로 놓고 본다면 최소 한 가족 단위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달이 살고 있다"고 수달 서식지가 있음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청주시 수질관리과 윤 하천관리 담당은 "수달의 서식지라기보다 먹이를 찾아 내려와 배설물만 남기고 돌아간 형태다"며 "고향의 강 사업에 대한 재고는 없다. 다만 중간보고회 이후에도 끊임없는 의견수렴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청주 무심천 대책위원회 김 위원장은 "청주 무심천에는 자연 그대로의 생물 서식지를 확인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친수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면 무심천에 살고 있는 생물들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친수공간과 자연형 하천을 분리해 개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가 이율배반적인 것은 그동안 한쪽에서는 자연형 하천 복원과 모니터링 사업을 해 왔음에도 또 다른 부서에서는 '고향의 강 사업'이란 이름아래 생태하천을 파괴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는 지자체가 국비확보를 위해 이해관계가 다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행안부의 지원 사업을 무분별하게 따오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무심천 장평교에서 청원군 미호천 합수부까지 12㎞ 구간에 135억 1500만원을 들여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을 벌인 바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무심천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생태지도를 작성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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