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준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본 것을 이야기 못하면 보되 보지 못한 것”

충청리뷰와 국립청주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는 ‘2011 청주인문학교실’의 두번째 강의는 권용준 고려사이버대 교수였다. 강의 지난 20일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렸다. 권용준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의 이날 강의 주제는 미술작품에 비친 작가의 마음이었다. 작가는 어떠한 마음을 또한 생각을 자신의 미술작품에 나타낼까. 또한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권교수는 이에 대한 답을 내려줬다.

우리는 눈이 있어 세상을 본다. 눈으로 신문을 읽고 사람을 바라본다. 하지만 단순히 보이는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글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없고 사람 얼굴 표정에 담긴 속내를 읽어낼 수 없다. 단순히 본다는 능력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지녀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사람은 불 수 있되 눈 뜬 장님에 불과하다. 권교수는 이를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대중에게는 미술작품은 어렵게 다가오곤 한다. 작품의 해설도 비평가의 찬사도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그저 따분한 이야기일 수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막상 미술작품을 마주하면 할 말을 잊고는 한다. 막상 미술관을 가도 그저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수준에 그친다. 권교수는 “보이는 것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면 보되 보지 못한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이는 보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권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학창시절 미술수업 시간이 떠올랐다.

시험을 앞둔 미술시간의 수업방식은 학생에게 작품하나를 보여주고 생소한 용어와 학계의 평을 그저 전달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시험을 본다. 그 앞에서 학생들은 자유로운 느낌을 말할 수 없고 그저 위축되기만 했다. 개인이 느끼는 바를 객관식문항에 담다보니 ‘내 느낌이 틀린 것일까’하며 그저 미술을 외면해버렸다.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보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 것 아닐까 자문해봤다.

권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밀로의 비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지라, 마르셀 뒤샹의 샘, 한스 홀바인의 외국대사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 반고흐의 신발이 있는 정물과 앤디워홀의 작품을 스크린에 올리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권교수는 “화가들은 그림 속에 자신들이 생각한 바를 그려 넣는다”고 했다. 작가의 생각과 교훈을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권교수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며 “작품에 맞는 시선과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예술가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하고 생각해보길 바랐다. 권교수는 ‘밀로의 비너스’를 강단 스크린에 띄웠다. 프랑스 루부르박물관 연구원들이 면밀한 조사 끝에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고 했는데 아름다면 왜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다면 왜 그런지 의문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왜’라는 물음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시발점이 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권교수는 현대미술에 대해 ‘모나리자 깨기’라고 설명했다.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마르셀 뒤샹의 L.H.O.O.Q를 보여줬다. 이어 권교수는 마르셀 뒤샹의 ‘샘’을 다음 이야기 주제로 올렸다.
샘이란 작품은 뒤샹이 1917년 전시실에 소변기를 가져다놓은 것이다. 당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 흥분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관객들에게는 기존의 ‘고귀한 예술작품’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졌을까.

권교수는 “변기의 기능을 박탈한 후 이를 전시장으로 옮겼다”라며 변기의 위치가 전도됐음을 말하고 이것이 현대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의 예술가는 철학자와 창작자로서 위치가 확고했고 그가 창작한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교훈을 관객들은 배우고자만 했다. 뒤샹은 이러한 상하관계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관객은 그동안 배우는 자에서 이제는 질문자로 변화했고 예술가는 창작자의 위치에서 선택하는 자로의 바뀐 것이다.

권교수는 “기존의 예술은 지고지엄하며 고고하고 영원히 빛나며 또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대의 예술가들이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교수는 “그러한 관념은 고전”이라고 했다. 이는 상상력을 말살함과 동시에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붕어빵이나 찐빵처럼 또한 앞서 뒤샹이 샘이라 이름붙인 변기와 같이 대량생산된 제품의 쓰임을 뒤집어 보려는 현대예술가들의 노력을 통해 보는 이 또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변화와 진보된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권교수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미 길들여져 있는 다른 생각을 하길 두려워한다”면서 “샘이 전시됐을 때 사람들은 이를 욕하고 때려 부숴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권교수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면서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추한 것, 낮은 것은 외면한 채 높은 것만 보고 있다고 했다.
또한 권교수는 안(眼)자를 설명하면서 “위정자들은 백성들이 눈을 가지는 것을 싫어했다”면서 “백성들이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것을 폭로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전했다.

권용준교수는 누구?
미술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아는 만큼 읽는 것

권용준 교수는 미술평론가이자 미학이론자로 이름이 높다. 권교수는 충남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샤갈에 대한 연구로 예술학 석사학위를 파리3대학에서 아폴리네르의 예술비평론을 연구하여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파리 3대학 소르본 누벨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권교수는 단순히 미술품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지나치는 유희물이 아닌 깊이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지각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작품해설을 통해 보다 쉽게 미술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 대중들을 돕고 있다. 매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미술아카데미 강좌를 비롯해 다양한 인문?미술강좌에 강사로 나서고 있다.
현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서양미술사학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화로 보는 서양미술사’와 ‘테마로 보는 서양미술’ ‘Apollinaire et la sculptur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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