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설해 피해액 17일 현재 1792억여원으로 집계
차제에 재난관리시스템 마련해야 한다 여론 비등

대통령 탄핵정국은 각 분야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는 정치대로 ‘죽’을 쑤고, 경제의 실핏줄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 당장 국민들을 옥죄고, 행정의 누수현상 역시 여기저기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더 큰 현실에 가려진다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딱 좋은 분위기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난 5∼6일 집중적으로 내린 폭설로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한숨이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정말로 국민들을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본지는 거듭되는 재난 속에서 응급피해 복구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차제에 재난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항구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설해 피해규모와 피해 축산농가의 표정, 재난대비책 등을 취재했다.

지난 5∼6일 당한 폭설 피해는 실로 엄청났다. 충북도는 17일 오전 7시 현재 총 피해규모를 부상 6명, 이재민 12세대 26명, 농작물 254ha로 집계하고 피해액이 1792억여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청원군이 740억원으로 충북도 전체의 41.3%를 차지했다. 청주시 피해액은 172억원으로 전체의 9.6%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설해로 인해 도민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자체에게는 재난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재난이 발생하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를 칠 게 아니라 정해진 조직과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여론이다.

재해대책본부 기구표대로 가동될까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부고속도로가 48시간 동안 막혔다는 것은 국가핵심기관체계가 마비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고속도로가 막혀 사람들이 꼼짝을 못하자 음식과 유류를 지원했는데, 재난관리시스템이 마련되면 이런 것까지도 비상시를 대비해 예산에 반영하고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고속도로 통행이 마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북도 관련과에서는 전직원을 동원, 빵을 걷어들여 톨게이트로 공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대로 하려면 비상시 식수와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와 연결돼 차질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업체나 개인으로부터 빌려쓸 수 있는 장비가 무엇 무엇이 있는가 평소 조사해두고 장비 임대료까지 예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이번에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것들은 우리의 재난구조가 얼마나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충북도에는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한 재해대책본부가 있고 청주시 등 기초자치단체에는 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한 조직이 있다. 여기서는 중앙 조직표에 따라 분석보고반·상황관리반·응급복구반·대민구호반·홍보반·행정지원반 등을 구성 운영하는 것으로 돼있으나 실제 이대로 가동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 쪽으로 투입되는 인원 자체가 적기 때문에 명목상의 기구표일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시·군에도 방재 전담 과 있어야”

그 중 평균 40.5㎝가 내려 도내 최대 피해지역이 된 청원군에서는 평소 상황실을 확대 개편해 이종윤 기획감사실장을 본부장으로 한 재해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이 실장은 “먼저 교통 소통에 신경을 쓰고 피해상황 조사와 인력 및 장비지원에 나섰다.

면별로 장비를 파악하고 있어 유류대를 지원하고 참여시켰다. 자발적으로 장비를 들고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들의 힘이 컸다”며 “면단위로 신속하게 대처해 눈이 그친 뒤 2∼3일내에 교통이 소통됐다. 다만 축사와 인삼밭, 비닐하우스 피해가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복구율이 70%가 넘는다고 언론에 나오는데 아직 손도 못 댄 곳도 많다. 원상태로 되려면 몇 개월 걸린다. 보상비도 쥐꼬리만해 도움이 안된다”고 아우성이어서 군은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주시는 하수과를 중심으로 재해대책본부를 꾸리고 관련부서와 함께 비상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재계 6명의 인원 중에도 자연재해와 인위재난을 담당하는 직원이 각각 1명씩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군에도 방재를 담당할 전담 과가 필요하다. 평소 상황실은 교통사고와 화재 등 일반 사건·사고를 담당하고 이번처럼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계 조직으로 가동된다. 관련 과에서 지원해주기는 하지만 전담 부서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폭설피해시 모든 자치단체에서는 과별로 돌아가며 철야근무를 하고 직접 피해농가 복구작업에도 나섰다. 청주시 모 공무원은 “12일 동안 철야근무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시민들로부터 제설작업을 제대로 안했다는 질책을 엄청나게 받았다.

 “눈 녹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냐”는 의견이 홈페이지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실제 시내 도로가 폭설 5일째인 지난 9일까지도 막혀 시민들이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기금 제한도 문제, 법도 문제

이것이 바로 지자체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일시적으로 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해 관련 과 공무원을 차출하는 식은 이번처럼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주시는 제천과 단양처럼 수해를 자주 당하지 않고 자연재해가 별로 없어 이번에도 업무상 운영 미숙을 그대로 드러냈다.

청주시내 민간인들의 보유장비를 1년에 한 번씩 조사하지만 이번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이 장비조차 활용하지 못했다는 시 관계자의 말을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재난관리기금이 이럴 때 적절하게 쓰여졌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청주시는 인재에 쓰일 재난관리기금 20억원과 자연재해에 사용될 재해대책기금 60억원을 비축해 놓고, 청원군은 재해대책기금으로 12억원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번 설해에 쓰인 돈은 모두 예비비에서 나왔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런 기금은 공공시설 응급복구에만 쓰도록 돼있다”고 말해 기금 사용에 제한이 많다는 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들어가도 지적사항이 많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폭설로 경부와 중부고속도로에 갇혀있던 1만여명의 운전자와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충북대 이재은 교수는 적설량이 50㎝ 이상 돼야 도로공사에서 경찰의 협조하에 교통을 통제하도록 돼있는 규정 때문에 국민들이 고생을 했어도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연재해대책법은 2002년 태풍 루사, 재난관리법은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직후 부랴부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정비돼야 한다”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법 제정은 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지만 ‘엉성한’ 법으로 인해 입는 시민들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손질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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