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1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2항이다. 그렇다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 국민에게서 나오는가? 직접민주주의의 길은 머나멀고 그나마 간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가 있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다. 선거(투표)의 4대원칙은 보통·평등·직접·비밀이다. 신분이나 교육, 재산, 신앙 등에 관계없이 1인 1표를 갖고 직접 1표를 행사하며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대한 비밀을 보장받는다.

이의가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선거의 4대원칙도 잘못됐다. ‘표만 찍으라’는 민주주의는 형식적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는 잠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정치인들의 굽실거림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나 갑을관계가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청원하기 위해 그들에게 굽실거려야한다. 이마저도 끈이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투표는 꼭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과 기존의 질서가 바뀌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교집합이 있다.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담론에 제약을 받아온 대한민국의 특수상황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볼 수 있듯이 때로는 투표거부가 보다 적극적인 소신의 표현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후보자에 대한 알권리가 얼마나 보장되느냐는 것이다.

운동장 선거보다 재미가 없는데…

유권자는 대선에서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쏟아지는 후보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선량에 대한 1차적 거름망 역할을 하는 정당은 믿고 찍을 만큼 공천(公薦)하고 있는가? 성씨 ‘가나다’순으로 복수후보를 공천하는 기초의회선거에서 무조건 앞 기호가 유리하다는 것은 그동안 예외가 없었다. 오죽하면 추첨으로 순서를 정하자는 얘기가 나왔을까?

그래도 이 제도가 가장 무난하다고 해도 할 말은 있다. 후보에 대한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소신을 담아 생각을 자유롭게 전파할 수 있는가. ‘선거가 축제가 돼야한다, 투표율을 높여야한다’면서도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늘 기관이다.

정당이나 정당인은 선거당일 투표독려를 할 수 없다. 트위터 등 ‘SNS’라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도 투표독려를 할 수 없다. 선관위는 “서울시장 재선거의 경우 안철수, 조국 교수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예시했다. 김연아 선수는 아니다”라는 친절한 부연과 함께. 그럼 김연아가 안철수의 글을 리트윗한다면?

대검찰청도 SNS를 이용한 선거흥행에 대한 준엄한 처벌방침을 밝혔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할 수 없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예비후보자가 보낸 선거운동정보를 팔로어에게 리트윗하는 것도 불법이다….” 돈은 막고 입은 풀어준다더니 고작 표만 찍는 권리에 만족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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