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치권 “영향 없을 것” 주장
관련법발효 앞두고 수도권 “합의 재검증” 요구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빚어지고 있는 탄핵정국의 파장이 참여정부 최대공약 사업인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탄핵정국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는 쪽은 “특히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군(群)에 포함돼 최근 1년 새 땅값이 크게 오른 지역들을 중심으로 땅값 하락 등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쪽에선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이 문제는 향후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절차를 밟아나가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펴고 있다.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 4월 17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차질 예상”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 통과시킨 민주당은 15일 대전 서을 지구당에서 탄핵관련 민주당 충청권 후보자 및 당직자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자리를 가졌는 데, 이날 회의에서 김경재 상임 중앙위원은 “대통령 탄핵은 그들이 얻은 자업자득”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뒤 “대통령 탄핵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1970년대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역사(役事)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충청권 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주요 의제로 채택, 강력하게 추진해 온 참여정부의 실질적·상징적 중심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게 됨에 따라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차질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 보다 무게감을 얻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빨간불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느닷없는 탄핵정국의 전개로 인해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재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30명 안팎으로 구성된 ‘행정수도이전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탄핵정국 바람 앞에서 추진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상반기안으로 예정된 후보지 평가, 하반기로 예정된 입지결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지원단장은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지만 “신행정수도 건설도 탄핵정국의 소용돌이를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더구나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던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역시 당장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오송 주민들 “눈 피해 걱정이 우선”
권력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의 행태에 비춰볼 때, 그리고 이들 기관이 이전을 탐탁해 하지 않아 온 점을 고려할 때 정권에 누수가 생길 경우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공공기관들 중 현재 자발적으로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경우가 없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게 한다.

한편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청원군 강외면 오송 지역 주민들은 “폭설피해로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신행정수도 논의냐”며 “현재 신행정수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외면사무소 관계자도 “얼마 전에 내린 폭설로 시설 하우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다들 상심이 크다”며 “이곳 주민들의 농심은 눈에 묻히고 탄핵정국에 묻혀 보통 낙담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고 전했다. 오송과 인접한 강외면 쌍청리에서 3000평에 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시설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박 모씨(48)는 “오늘(15일)은 전경대원들이 반파된 하우스 복구를 위해 인력지원을 해 주기로 했던 날인데 무산됐다”며 “탄핵정국이란 날벼락으로 전경들이 치안수요 대처를 위해 비상대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한숨 지었다.

눈에 파묻히고 탄핵정국에 또다시 묻혀버린 농심의 낙담 앞에서 신행정수도 문제는 한가한 논의로 인식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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