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동화 재해석···“신데렐라 유리구두는 작고 못생긴 발 위한 것”

인문학 공부는 때가 없다. 남녀노소 따질 필요도 없다. 인생공부를 하는데 성별·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올 하반기에도 인문학 공부는 계속된다. 충청리뷰와 국립청주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1 청주인문학교실’이 시작됐다. 하반기 공부는 총 7번의 강의와 문화탐방으로 이뤄진다. 지난 13일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가 그 문을 열었다. 앞으로 권용준 고려사이버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전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고전평론가 고미숙,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의 강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이뤄지는 인문학교실을 지상중계한다.

▲ 김민웅 교수
우리가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 알고 있는 것인가. 이런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이런 질문을 받는 순간 자신이 없어질 것이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 ‘개미와 베짱이’ ‘신데랄라’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를 모르는 어른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정확히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고, 이 조차도 ‘재미없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동화 한 편이 보여주는 세계가 무궁무진한데도 경직된 해석만 하고 있다. 혹시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 해서는 안된다, ‘개미와 베짱이’는 부지런하게 살자, ‘신데렐라’는 신분상승의 이야기로만 이해하고 있지 않는가.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의 ‘동화속의 비밀창고’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얼마나 견고한 주입식 교육이 들어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김 교수는 누구나 다 안다고 느끼는 동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했다. 그는 “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인가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과 각종 매스컴에서 얻은 생각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동화 한 편을 보더라도 시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 그랬다.

이솝우화인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교훈만 얻어서는 안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마을사람들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두 번씩이나 거짓말을 한 소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들의 안전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늑대 출몰 정보를 소년 하나가 쥐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것. 그는 “마을사람들은 실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늑대로부터 양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것을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것이다. 늑대 출몰 정보를 소년에게만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 양들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이 시스템을 바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선이 다르면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 대목에서 청중들은 놀라워 했다.

이야기 통해 힘과 용기 얻어라
그 다음 얘기는 '개미와 베짱이‘. 먹을 것이 없어 찾아온 베짱이를 보고서도 매몰차게 문을 걸어 잠근 개미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여름내내 노래를 부른 베짱이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한 것이지 허송세월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개미가 ’일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본주의 욕망과 결부시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내모는 것과 같다는 것. 어쨌든 개미와 베짱이가 힘을 합치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도 있으나 개미가 굶어죽게 된 베짱이를 문전박대하면서 아름다운 스토리는 나오지 않았다. 김 교수는 “개미의 모습은 세속적인 면에서 성공했으나 부모형제도 모르고 사는 사람과 닮았다”고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그런가하면 김 교수의 ‘신데렐라’ 해석은 더 와닿는다. 이 책에 나오는 무도회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고, 왕자가 왕비를 구하면서 학벌·외모·재산 등을 보지 않고 오로지 유리구두가 맞는 사람을 골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작은 유리구두가 맞는 사람은 물 긷고, 나무 패고, 집안 일 하느라 고생한 신데렐라의 못생긴 발 밖에 없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사회에는 누구든 춤출 수 있는 무대가 없다. 더욱이 고생한 발을 유리구두로 감싸주지 않는다. 재투성이 아가씨에게 유리구두를 신겨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라면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발상의 전환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이런 것을 통해 의지와 용기를 얻으라고 말한다. 인문학의 힘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 새로운 시선이 하나가 되어 인생의 동력으로 발전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가 하고 싶은 말이다. 사는 게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 이 날 김민웅 교수가 기타반주를 하고 도종환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 깜짝 공연이 있었다.

김민웅 교수는 누구?
글쓰기·방송출연 활발한 전국구 강사···기타치고 노래까지 선사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전국구’ 강사다. 그간 목회자·언론인·국제문제 전문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강의를 재미있게 하고 노래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강의 때 김 교수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인문학을 이중섭 화가의 은지화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은지화는 그림 그릴 종이가 없던 이 씨가 담배종이인 은박지에 그렸던 그림. “은박지를 펴 그림 그린 이중섭 화가가 은지화로 박수갈채를 받았듯 내 인생이 꾸깃꾸깃 하더라도 그것을 펴서 그림을 그리면 된다. 힘을 내라.”

김 교수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 유니언신학대학에서 기독교 정치경제윤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코리아타임즈’ ‘미주동아’ 기자를 역임하고 뉴저지에 있는 길벗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주요 언론매체에 진보적인 글을 기고하고 있고 방송출연도 많이 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유인의 풍경’ ‘밀실의 제국’ ‘보이지 않는 식민지’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 ‘패권시대의 논리’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 ‘물위에 던진 떡’ 등 상당히 많다. 오는 11월에는 ‘동화속 비밀창고’라는 책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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