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동의 절차 없이 2000만원 투입한 사업, 수혜자는 한 명뿐

▲ 포털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항공사진, A씨의 집(위 동그라미)과 B씨의 집(아래 동그라미)까지 난 농로 옆으로는 밭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길을 사용하는 사람은 B씨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뿐이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속보=지난 10월 7일자로 보도한 ‘음성군, 땅주인 모르게 사유지 무단점용’과 관련해 토지주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음성군에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당시 음성군이 진행한 주민숙원사업이 주민들의 요구가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업선정 과정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 마을 내 농로다. 음성군은 2007년 주민숙원사업 대상지 신청을 받아 2000만원의 사업비를 책정해 포장이 되지 않은 마을 내 300m 구간의 농로에 시멘트 포장사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 농로에는 A씨(여·종교인)의 땅 330㎡이상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A씨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음성군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민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주민숙원사업의 마을 주민들의 공공의 목적이 아니라는 의혹 제기다. 당시 주민숙원사업 신청을 받았다는 음성읍주민센터에는 당시 사업과 관련된 서류가 존재하지 않았다. 읍주민센터 관계자는 “공사와 관련된 설계도 등이 남아 있을 뿐 다른 관련서류는 전혀 없다”고 확인해줬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애당초 서류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마을 주민들도 숙원사업 선정을 위한 마을 회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이장과 농로 끝에 살고 있던 사람이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2004년 A씨는 이곳으로 이주했다. 이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주민들에게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스님은 왜 결혼을 안 하세요?” 물론 일부 종파의 경우 결혼을 하기도 하지만 스님에게 쉽게 건넬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마을 가장 꼭대기에 살던 B씨도 여승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녀도 있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고스톱을 치기도 했다고 A씨는 말했다. 당시 이장과도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B씨는 A씨보다 먼저 이곳으로 이주했다. 주민숙원사업을 진행한 2007년 공교롭게도 세를 살던 B씨가 땅을 매입하고 사찰을 세웠다. B씨가 땅을 매입한 시기는 2007년 5월 25일이고, 숙원사업 신청을 받은 것은 같은 해 9월의 일이다.

2008년 포장된 농로는 B씨를 위해 포장을 한 것처럼 정확히 사찰 앞 정원까지 나 있었다. 더구나 건축물관리대장을 확인한 결과 이 사찰은 무허가 건축물이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시 담당자는 “집은 한 채뿐이지만 포장 구간 옆으로 여러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어 포장이 필요하다고 숙원사업을 신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A씨의 집부터 B씨의 사찰 구간에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없었다.

A씨는 2004년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인근 밭길로 난 도로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A씨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가지고 있다. 몸이 불편한 여자의 몸으로 혼자 생활하다보니 늦은 밤 인기척이 들리면 신경이 쓰인다. 집 앞을 지나 갈 수 있는 곳은 B씨가 거주하는 곳뿐인데 점을 봐주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오고가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밭주인에게 도로로 내 돈으로 닦고 이용료를 매달 지불할테니 밭 사이 길을 도로로 쓰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밭 사이에 난 길도 농기계가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A씨는 “B씨가 매입한 땅은 밭주인의 땅이었다. 그런데도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내 제안은 묵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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