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15일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5번째로 국빈대접을 받은 외국정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없었던 미국 최고의 예우’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 나라의 국격(國格)이 이렇게 ‘대통령이 누구냐에 달라지는구나’ 싶다.

이 대통령은 어떤 특별한 대접을 받았을까?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이 아닌 한식당에서 불고기와 새우튀김 등으로 만찬을 함께 했다. 그리고 펜타곤 탱크룸(美 전시상황실)에서 유례없는 안보브리핑을 들었다. 미 의회에서 연설하면서는 수차례 기립박수를 받았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보도에만 의존한다면 대통령이 자랑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렇게 맨발로 뛰어나와 이 대통령을 영접했을까? 먼저 펜타곤의 안보브리핑은 마냥 감격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고 당연히 ‘자주국방’이 원칙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 한미군사동맹을 맺고 있다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주(主)는 우리 국군이다. 대통령이 미 벙커에 들어간 것은 찜찜한 일이다.

미 의회 연설은 의회가 초청한 것이다. 미 의회는 12일 한미FTA법안을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13일 미 의회에 섰다. 우리나라 국회는 여야가 FTA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그동안 미 의회는 한국에서 FTA 비준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미국이 맨발로 뛰어나왔구나!

12일자 내일신문은 미국이 환대한 또 하나의 이유를 지적했다. 군수산업국가인 미국이 최고의 구매자를 영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정부 마지막해인 내년에 미국에서 직구매하는 무기 계약액이 사상 최대인 1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이 대통령을 국빈자격으로 초청한 배경도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에 대한 예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은 또 “내년에 미국과 계약체결이 예상되는 총사업비 1조원 이상의 무기목록은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과 대형공격헬기(AH-X)사업, KF-16전투기 성능개량사업 등 3개,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 4개로 계약금액은 총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난 2011 회계연도 미국의 무기수출액 461억 달러(50조원)의 30%에 근접하는 규모다”라고 보도했다.

국가안보에 대해 트집을 잡으면 어떤 돌팔매를 맞는지 알고 있다. 13살 때 양손 입양된 것을 놓고 군 면제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공격받는 나라이니 말이다. 군대를 들먹이면 움찔할 사람들이 어디에 몰려있다는 것을 국민이 다 아는데도, 아랑곳없다.

사실 무기는 전쟁에 필요할 뿐 평화상황에서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첨단무기가 있더라도 긴장이 조성되면 국민은 불안하다. DJ는 평화비용으로 퍼주기를 했고, MB는 긴장비용으로 퍼주기를 했다면 과언일까? 14조원 청구서를 기다리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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