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전국 지방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아마도 의회만이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시민사회단체나 지역주민, 지역언론들도 의정비 인상에는 부정적이다. 주민여론을 바탕으로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다면 영원히 안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너희들은 의정비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지역언론이 의정비 인상 문제를 다루는 보도태도다. 지난 10월13일치 충북일보 1면 머리기사 <청주시의회의 ‘뻔뻔한 요구’>에는 적나라한 비난이 담겼다. 의회 본연의 역할을 뒤로 한 채 의정비 인상에만 똘똘 뭉쳤다고 비난했다.

충북일보가 이 기사에서 의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든 근거는 단 7건의 시정질문이었다. 여기에다가 재정난도 아닌데 재정난을 명분으로 예산을 깎은 시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하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뻔뻔한 요구’의 근거가 됐다. 청주시의원들이 재산이 많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의정비를 올려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도 했다.

중부매일 10월17일치 2면 기사 <“지방의원 배불리기” 시민들 냉담>은 충북일보 기사에 비해 좀 더 도의회의 의정비 인상 논란을 차분하게 접근했지만 의정비 인상 여론에 주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는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뻔뻔한 요구” “지방의원 배불리기”라는 기사 제목은 언론이 어떤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접근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이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정비 인상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보도태도는 문제다.

왜 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는지, 그 요구는 과연 타당한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는 의회는 대게가 다른 시도와 비교를 한다거나, 이전에 비해 활동 역량이 늘어났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의회가 내세운 근거가 객관적으로 타당한지를 평가하기는 쉽질 않다. 이 문제를 언론이 풀어줘야 한다.

언론이 의회감시를 제대로 했더라면

의회가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는 의정비 인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도 철저히 가려야 할 사안이다. 평소 의정 활동을 세심하게 평가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도 언론의 일차적 의무다. 평소 의회활동 보도를 보면서 시민들이 의정비 인상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할 수 있었다면 의정비 인상 논란의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의정비 인상 요구가 자꾸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직업정치인이 늘어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직업정치인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더 의회활동을 잘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보좌관제를 도입하자, 의정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전업 정치인들에게는 적은 의정비가 답답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의정비 인상 반대 근거로 경기침체와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는 것도 타당하지만은 않다.

왜 의정비를 올리자고 할 때만 지방재정 탓을 하는가. 이 기회에 의정비 인상을 추구하는 의원들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의정비 인상이 왜 필요한지를 보다 현실적인 지점에서 문제제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무관심을 핑계로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원의 지위를 이용해서 개인사업의 이권을 누리는 일은 없었는지, 재량사업비 등을 활용해 지역구에 선심을 쓰지는 않았는지도 제대로 살펴봤으면 싶다.

사실 의정비 인상을 곱게 바라 볼 주민들은 별로 없다. 나 역시 의회 활동이나 의원들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도대체 그동안 뭘 했냐 라고 따져 묻고 싶을 만큼 답답하기까지 하다. 의회가 뭘 하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이 때문에 의회의 주장이 터무니없게만 여겨지게 만든 데에는 언론도 한 몫 했다는 걸 말해야겠다. 언론의 의회감시를 다시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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