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수정안 받아들일 수 없다···정책관리실장 직속은 오히려 여성정책 후퇴”

“여성업무 전담할 여성국 만들어라” 벌써부터 도내 여성계는 충북도에 이를 요구해왔다. 정부는 오는 2013년부터 성별영향평가센터를 설립하고 성인지정책을 펴도록 법적으로 못박았다. 그런데 충북은 여성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여성국이 없고, 여성국장 조차도 없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성평등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충북도가 성평등정책을 펴려고 해도 조직이 있어야 가능한 법. 현재 도는 문화여성환경국 안에 여성정책과를 두고 있다. 민선3기 이원종 지사는 여성정책관, 4기 정우택 지사는 보건복지여성국을 두었으나 민선5기에는 애매한 조직을 만들어 여성계 불만을 사왔다.

▲ 성인지예산제도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충북도는 여성조직 신설을 놓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후퇴한 방안이 나와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여성연대의 여성국 설치요구 피켓시위

최근 이 지사는 여성계 의견을 받아들여 여성국 신설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갔으나 느닷없이 정책관리실장 소속의 성인지정책관(개방형 4급)과 여성정책담당관(4급)을 두는 것을 검토하자 여성계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원안인 여성국 신설을 저버리고 갑자기 이런 수정안이 나온 것은 지난 14일 도지사·도의장·여성계 대표가 만난 조찬간담회 자리였다.

이 날 여성계 쪽에서 성인지정책이 모든 도정업무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지사가 “그러면 정책관리실장 직속으로 가는 게 낫다. 정책관리실은 예산까지 관여하니까 성인지예산제도를 실시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런 정책이 모든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성국이 별도로 있으면 다른 국(局)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정책관리실장 직속으로 정책기획관·성인지정책관·여성정책담당관·법무담당관·성과관리담당관·예산담당관을 두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아울러 개방형으로 할 예정인 성인지정책관은 여성계 요구대로 3급으로 해줄 수 없다는 의견도 분명히 했다는 것. 정책기획관이 3급이기 때문에 더 이상 3급을 둘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사전에 이런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 여성계의 얘기를 듣고 지사가 답변한 것이다. 여성국 신설과 여기서 나온 방안을 놓고 여성계와 폭넓게 대화를 한 뒤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여성국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로 나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성계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여성국 신설에 대한 도청내 일부 공무원들의 반대여론과 일부 언론들의 반대를 의식해 원안대신 수정안을 밀어붙이려는 낌새가 보인다는 것이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는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도지사가 정책관리실장 직속으로 들어가는 안을 내놔 깜짝 놀랐다. 여성계 대표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 원안고수 입장을 확인했다. 아무리 2개 과를 신설한다고 해도 최종 결정권자는 2급인 정책관리실장 아닌가. 우리는 여성국장이 최종 결정권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성인지정책관과 여성정책담당관을 분리한 것도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나온 방안은 민선3기 때 여성정책관이 행정부지사 직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여성계는 4급 과장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3급 여성국장을 배출하라는 요구를 한결같이 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4급 정책관 신설은 나아진 게 없다. 또한 같은 정책관리실장 직속으로 있어야 성인지정책을 전파할 수 있고, 별도의 국(局)으로 있으면 다른 부서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도 얼른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

앞으로는 행정기관 예산도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 이것이 성인지예산제도다. 과거에 비하면 매우 진일보한 것이다. 이런 제도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세상에 충북은 아직도 여성업무 전담국이 없다. 한편 충북도는 19일 오후 여성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조직신설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인지 여성계의 눈이 쏠려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