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 대표 2심 선고…로비스트는 ‘오리무중’
‘지인 만나 상의하고 골프장 나타났다’는 풍문도

청주 대농지구에서 대규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수억원대의 로비를 벌인 모 철거업체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가운데, 일부자금의 정치권 유입설과 관련한 또 다른 핵심인물 H씨는 잠적 4개월이 지나도록 신병이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항간에는 ‘H씨가 지인들과 만나고 있으며, 자신의 잠적사유와 관련해서 고충을 털어놓았다’는 식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

▲ 검찰이 대농지구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수십억원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로비스트로 추정되는 H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업체 대표에 대한 공판은 항소심까지 흘러왔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지난 9월29일 대규모 철거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수억원대의 로비를 벌이고 공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모 철거업체 대표 홍 모씨(5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해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지난 7월29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징역 1년10월이 선고됐었다.

문제는 당초 업체대표 홍씨가 빼돌린 돈이 약 30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5억원이 정관계 인사들과 복잡한 인연을 맺고 있는 H씨에게 건네졌다는 것이다. 해군 정보장교로 근무하다 전역한 H씨는 싱가포르에서 무기거래상으로 일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선거캠프 일하고 ‘호형호제’ 단체장도

검찰은 일단 2006년 (주)신영으로부터 대농공장 철거 및 폐기물에 대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H씨가 홍씨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이 회사 간부직원 등에게 건넨 단서를 잡고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또 나머지 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로 H씨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대수 청주시장 후보캠프 부본부장으로 일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정우택 충북지사 후보캠프 총괄단장을 맡았다. 두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H씨는 선거 뒤 각각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를 맡기도 했다. 한 전 시장과 정 전 지사는 지난 6월 본보와 인터뷰에서 H씨와의 거래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H씨와 정치인들과의 유대관계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호형호제하는 단체장이 있었고, 또 다른 단체장의 출판기념회 비용을 대납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따라서 H씨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가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H씨는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5월 하순 돌연 잠적했고, 현재까지 넉 달이 넘도록 붙잡히지 않고 있다.

소식통 “검찰, 캘만한 것은 다 캤을 것”

이런 가운데 최근 떠도는 풍문은 ‘H씨가 골프장에 나타났다’거나 가까운 지인과 만나 ‘자신은 몇 달만 버티면 공소시효가 끝나지만 정치권으로 흘러간 돈 4억원이 문제라며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상의했다’는 식의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다. 이런 얘기들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문을 전한 정가 소식통 A씨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H씨의 신병을 확보해도 정치자금 유입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 B씨는 “국세청의 통보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H씨가 붙잡히지 않았어도 계좌추적 등 할 수 있는 수사는 다했다고 봐야한다. 계좌입금이나 수표가 건네졌다면 벌써 드러났다. 도피기간이 길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증거인멸도 끝났다고 봐야한다. 이쯤 되면 4억이 아니라 40억원이라도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철거업체 대표 홍씨도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H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은 이미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이 그것 하나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돼나. 이는 더 이상 캐낼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라며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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