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대표회의가 열렸다. 경비들의 근무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인경비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몇 개 동마다 경비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였다. 경비들이 밤에는 의자에 앉아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과연 경비는 날밤을 새야하는가? 대개 24시간 교대근무로 돌아가는 아파트의 경비들은 시간당 432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다. 그것도 24시간분의 시급을 다주지 않기 위해서 4시간 정도의 무급 휴게시간을 설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받아가는 돈은 잘해야 월 120만원이다.

아파트 취업규칙에 따르면 이 무급 휴게시간을 위해 별도의 휴게장소를 마련하도록 돼있다. 의자에서 조는 쪽잠이 아니라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간이침대 정도는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만약 경비가 간이침대에서 잔다면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년에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라 24시간 교대근무의 월급이 최저 160만원까지 인상된다. 그러나 대개의 아파트에서는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무급 휴게시간을 더 늘리면 월급을 동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24시간을 아파트에서 근무하지만 시급을 쳐주는 시간은 18시간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경비들이 5,6시간을 의자 위에서 존다면 주민들은 또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고학력 ‘맥잡’이 쏟아지는 슬픈 대한민국

‘맥잡(Mcjob)’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시간제근로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맥잡 시급도 나라별로 천차만별이란다. 우리나라의 경우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노동자들도 대개 4320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다.

맥도날드의 인기메뉴인 빅맥세트가 5200원인 것을 고려할 때 이른바 ‘빅맥지수’는 0.8이다. 빅맥지수란 빅맥세트 가격과 시급의 비율로, 지수가 1일 때 시급으로 세트 1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일보가 최근 우리나라와 5개 나라의 빅맥지수를 비교했다. 복지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의 지수가 확실히 높았다. 스웨덴은 1.8개, 영국과 프랑스는 1.6개, 독일은 1.3개였다. 인근 일본도 1.2개로 우리와는 차이가 컸다.

우리나라의 맥잡 노동자들은 내년에도 시급으로 햄버거세트를 사먹을 수 없다. 최저임금이 최소 5410원(월 113만690원)은 돼야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4580원으로 날치기 처리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소득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급여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기업이윤과 임금의 분배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분배격차는 곧 내수부진으로 이어진다. 고학력 맥잡들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호주머니에서 손을 꼼지락거려야하는 대한민국은 슬픈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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