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쟁점도 없이 끝난 4일 충북도 국정감사

4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시종 맥 빠진 분위기로 진행됐다. 민선5기 충북도가 추진하는 현안사업에 대한 대안 제시나 지적도 부족했고, 쟁점이라 내세울만한 것도 없었다.

이날 국정감사엔 감사반원 13명 가운데 5명이 끝까지 불참했고 2명은 지각했다. 개회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입장한 반원은 감사반장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김소남·안효대·서병수·임동규 의원, 무소속 정수성 의원 등 6명뿐이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40분 지각했고,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무려 1시간 30분이나 늦었다.

국감장엔 취재진 30여 명과 도청 간부 40여 명,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의원들이 왜 불참했는지, 왜 지각했는지에 대한 당사자와 감사반장의 사과나 설명은 없었다.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은 의원들은 10·26 재보궐선거 지원활동을 나갔거나 지역구·정당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만 해도 이번 국감에선 지방재정의 불건전성, 증가하는 공무원 범죄, 사회복지시설의 불법행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날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적어도 각 의원실에서 보내온 질의요약서만 보면 그랬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역신문 보도 재탕하기도

의원 13명 가운데 무려 6명이 ‘지방세 체납액 급증’이라는 주제를 놓고 현장에서 또는 ‘페이퍼’로 “지방재정이 왜 이렇게 열악하냐”고 따졌다. 감사반 차원에서 의원별 질의항목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공부를 하지 않은 증거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야당 소속인 한 의원의 질의자료는 10여 일전 지역신문이 보도한 ‘충북도 각종 위원회, 절반은 낮잠’이란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것처럼 보였다. 취재진 일각에선 “올해 국감의 최대이슈는 마이크가 두 번 꺼진 것”이라는 푸념도 나왔다. 이시종 지사가 국감장에서 답변할 때 전기시설이 2∼3분 동안 작동되지 않은 상황을 말한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충북희망원(아동보육시설)의 보조금외 사용문제와 청주노인전문병원의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거론한 점은 그나마 손꼽을만한 지적이었다. 이 지사는 답변을 하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인하고,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는 답변을 했다. 국감장에서 이뤄진 질의답변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유일한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감을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집행부로선 다행스럽겠지만, 이번 국감은 ‘맹물국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다음 국감 때부턴 소금이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간부공무원 A씨는 “국회의원실에서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는 바람에 일방적인 비판보도가 나와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정작 해당의원은 불출석했다”며 “해명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피감기관 직원들도 지루했을까.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이 지사와 도청 간부 2∼3명이 하품하는 모습까지 신문·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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