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정말 똑똑하거나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경우 18대 의원 가운데 20.2%가 법조인 출신이다. 뒤를 이어 행정관료 출신이 14.1%인데, 이들 역시 대부분 행정고시를 패스한 고위직 경력자들이다. 전직 언론인은 11.4%, 교수 및 연구원 출신은 9.4%다. 똑똑하거나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지 않은가?

적어도 제 앞가림은 할 만한 사람들인데 뒤끝이 좋지 않은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다. 낙선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는 건 일종의 자연사(自然死)인 셈이니 구태여 이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겠다.

반면 각종 비리나 추태, 망발 등으로 사법 처리되거나 사퇴하는 등 병사(病死)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고 ‘정치적 사망’ 상태에서 임기만 채우는 식물인간 정치인들도 있다. 정치에 혐오를 느끼면서 유난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꼴을 보고 기가 막혀 죽고, 열 받아 죽을 지경이다.

한 건에 걸려 급사(急死)하는 정치인도 있지만 병세가 서서히 악화되면서 그 말로를 예상케 하는 정치인도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하버드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까지 받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24살에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그는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경제개혁센터 집행위원으로 일하는 등 사회참여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똑똑하고 잘난 그는 40살에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급사할 뻔 했다. 2010년 7월16일 국회의장배 대학생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만찬 때문이다.

정치적 사망 상태에서 ‘입’만 살기도

심사위원이었던 그는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또 특정 사립대학을 지칭하며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쳇말로 ‘가카’를 모독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속 정당에서 쫓겨났고 1년여가 흐른 지난 8월31일 제명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이날이 끝인 줄 알았으나 그는 기사회생했다.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198명)이 찬성해야하는데 찬성은 111표에 불과했고, 반대가 오히려 134표로 더 많았다. 그는 비록 살았지만 정치적으로는 죽었다. 그의 존재는 그렇게 잊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최근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그를 제명한 정당의 사대(射臺)에 서서 열심히 총을 쏘고 있다. 아직까지 명중한 총알은 없다. 타깃은 그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기 전 참여연대에서 함께 일했던 범야권 단일후보다.

정치적으로 사망한 식물인간이지만 입만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세상에 알린 셈이다. 그는 ‘나는 살아있다’고 외치고 있다. 지금의 행보를 보면 그는 내년 총선에도 출사표를 던질 기세다. 내년 4월11일 그의 생사여부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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