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희망자 9% 그쳐 '무용론'도…학부모 74% "자녀 뜻 따를 것"
학생 선택권 보장해야… 응답자 40% 최적시간은 오후 8시까지

▲ 충북 도내 초·중학생 중 단 9% 만이 야간자율학습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86%에 이르는 절대다수가 자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충청리뷰DB>
<충북학생 건강관리 실태>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휴식권을 강조한 충북학생인권조례를 주민발의로 제정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민공청회를 통해 2차 시안까지 나온 충북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교육주체로서 학교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또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습 선택권을 근간으로 하는 휴식권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다소 일정을 늦추더라도 교육계 전반의 학생인권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간담회 자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충북도의회 야간자율학습 실태조사 연구단에서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이는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별도로 학생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학습 선택 조례 제정'을 위한 수순이란 분석이다. 일단 충북교총을 비롯한 보수 교육단체는 여론조사의 샘플링을 문제 삼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북도의회 야간자율학습 실태조사 연구단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학교란 공간을 벗어나 종교시설이나 청소년 단체, 학원 등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는 말로 일축했다.

일단 지난달 26일 충북도의회 야간자율학습 실태조사 연구단이 충북행정학회, 충북참여연대와 함께 학생 374명, 학부모 197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66%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학부모 63%는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이 없어서'란 막연한 불안감이 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이할 점은 이 같은 학부모 74%도 '만일 자녀가 희망하지 않는다면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82%가 자율학습 환경에 불만
또 자율학습은 교사가 학습을 통제하고 교습하는 보충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와는 달리 어차피 학생 스스로가 학습계획을 세워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부족해 보였다. 그럼 충북도의회 야간자율학습 실태조사 연구단은 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어 놓았을까. 한마디로 시대가 변화하면 교육정책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해왔듯 아들이 대를 이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율학습을 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생의 평균 학습시간은 10시간 47분 이상으로 야간자율학습이 차지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년 전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노리고 시행돼 왔지만 성장기 청소년들의 절대 수면시간 부족과 집중력 저하로 전문가들조차 회의적이란 얘기다. 사실 0교시 수업, 야간 자율학습은 현재 학교현장에서 선택권이 없이 일괄적으로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해 적지 않은 폐지 논란이 일어 왔다.

실례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학생 본인이 희망해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는 의견은 단 9%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자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8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59%의 학생은 담임이나 학교의 강제 지시 때문이란 답변이다. 그럼 야간자율학습이 필요하다는 34%의 학생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64%에 이르는 다수의 학생이 역시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이 안 되어서'라고 답변했다.

'경각심과 경쟁심이 생긴다'는 의견도 22%나 됐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10여 년간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체험형 보다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으로 자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집중이 안 되어서(31%), 학습효과가 없다(21%), 효율적 시간 할애가 어렵다(20%),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의견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교실 1교사 집중지도 필요

▲ 이광희 충북도의회의원
야간자율학습의 형태는 도내 고등학교 대부분이 밤 10∼11시까지, 교실 혹은 도서관에서 자습(97%)을 하면서 1인 감독교사의 순회 지도를 받는 방식(96%)이란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학생 82%가 야간자율학습 환경에 불만족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권장(36%)'하고 '학습상담을 적극 제공(26%)'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교실에 지도 교사를 배치해 엄격한 지도방식이 이뤄져야 한다(24%)'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즉 자율학습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진지한 학습 분위기 조성(40%)'이 필요하고 조명, 냉·난방, 급수시설, 휴식 공간 등 쾌적한 자율학습 환경(21%)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증진 지도(19%)', 교사의 철저한 감독(18%)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럼 야간 자율학습의 적합한 시간은 몇시일까. 응답자의 40%가 오후 8시를 꼽았으며 야간학습 폐지를 포함한 자율적인 선택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생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야간자율학습의 형태로는 교실·도서관에서 자습(49.1%)이 대다수를 차지해 아이러니 하게도 학생들에게 자율선택권을 부여해도 교실과 도서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결론이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스터디(21%), EBS방송강의(15%) 등의 의견도 있어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만 배양하면 학습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실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무엇을 하고 싶은가'란 의견에 '가정이나 독서실에서 자기주도 학습(38%)', '개인과외나 학원수강(26%)', '운동이나 취미활동(20%)', '특기 신장과 소질 계발(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광희 충북도의회교육위원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자율학습의 실효성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주기적인 실태조사와 교육여건 개선, 자율적인 학습 선택권을 부여해 건강한 학교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