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까지도 입지 흔들려

4·11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의 절반은 이미 결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얘기다. 범야권이 단일정당 또는 후보전술을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든다지만 도내 지역구 8석 가운데 민주당이 손안에 있는 5개 지역구를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보은·옥천·영동도 현역인 이용희(선진당) 의원의 아들인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사실상 지역구 승계전략 속에 민주당에 입당해 지역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민주당 현역은 모두 재선 이상이고, 홍재형(청주 상당) 의원은 3선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의 공천구도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중앙당에서도 전국의 선거판을 손 볼 기세다.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은 “내년 총선의 물갈이 비율이 40%대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6선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 차세대 당권주자인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일찌감치 차기 불출마를 선언하며 물갈이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해 7.28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윤진식(충주) 의원조차도 안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의원은 사실상 0.5선인데다, ‘왕의 남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지라 그동안은 누구도 도전장을 던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0.26 충주시장 재선거 공천파동을 둘러싸고 최소한 당내 화합을 이끌어내는 갈등조정력에 손상을 입었으며, 시장선거 결과에 따라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역이 없는 선거구는 말할 것도 없다. 무관의 위원장 가운데 18대 총선에만 출마한 경대수 증평·진천·괴산·음성 당협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패의 전력이 있다. 당이 이들에게 삼세번의 기회를 줄지는 미지수다. 청주 흥덕을과 제천·단양 선거구에서 당협위원장과 현역 의원에게 출사표를 던진 도전자들을 집중 조명했다.

청주 흥덕을
그동안의 절대권력 송태영이 흔들린다
충북도의회 출신 오장세·정윤숙 ‘이제는 해보자’

▲ 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 ▲ 정윤숙 전 충북도의원
그동안 청주 흥덕을은 송태영 당협위원장의 독무대였다. 도전장을 던진 인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박환규 현 가스안전공사 사장, 안재헌 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등이 공천경쟁을 벌였으나 박 사장은 예선탈락, 안 이사장은 2배수까지 올랐다가 낙천됐다. 이들이 낙천 후 전국 단위 국책기관의 장을 맡은 것만 봐도 제법 중량감이 있는 인사들이 송 위원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친이계인 송 위원장은 지난 총선당시 도당위원장으로, 당에 대한 충성도를 잣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권력이 집중됐던 만큼 17,18대 연패에 따른 책임소재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4·11 총선의 경쟁자들은 공교롭게도 그가 공천권을 행사했던 전직 충북도의원들이다. 청주 상당에서 18대 총선을 준비했던 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은 다소 조심스럽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전무를 지낸 오 전 의장은 출마설에 대해 “흥덕을 총선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게 맞다”고 시인했다.

도의원 선거구이자 그동안 공을 들여온 상당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차피 청주에 학교를 다녔고, 공천을 받기 위해 어디가 가능성이 있는지를 찾으려다 보니까 주변에서 권유를 했다”고 얼버무렸다. 또 정윤숙 전 의원 출마설에 대해서도 “소문으로만 들었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한편 오 전 의장은 GKL 전무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지난 6월 후임사장을 공모하는 과정에 응모했다가 권오남 당시 사장으로부터 보직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GKL의 모기업인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반해 정윤숙 전 의원은 보다 적극적이다. 정 전 의원은 “지역구, 비례대표 도의원을 포함해 10년 동안 관리해온 지역구다. 이제 타깃은 내년 총선이다”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전 의원은 특히 여성후보 전략공천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충북 몫의 한 석은 분명히 자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내정된 정 전 의원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의 정치참여 관련 토론회에도 내가 한나라당 대표로 참석했다. 민주당이 ‘여성을 15% 공천하겠다’고 밝혔고, 나경원 의원도 ‘전략공천의 50%를 여성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이밖에도 “친이, 친박구도를 떠나야겠지만 충북에 나만큼 친박은 없다”고 강조했다.

제천·단양
3선 중진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송광호
엄태영 전 제천시장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

▲ 엄태영 전 제천시장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은 3선의 현역의원이지만 당락을 반복한 징검다리 3선이라 중량감이 덜하면서도 오히려 할 만큼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때에 따라 소신 있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스타일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지는 몰라도 당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송 의원은 지난 5월2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부자감세 기조와 달리 “종합부동산세는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진보신당 충북도당이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의 소신발언을 환영한다’는 이례적인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 의원의 경쟁자 역시 그가 공천을 줬던 엄태영 전 제천시장이다. 엄 전 시장은 송 의원에 대해 “제천중·고 15년 대선배로 깍듯이 모시고 있다”면서도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선임 당협위원장이었다. 내가 시장에 나가려고 반납한 위원장을 송 의원이 자민련에서 와서 맡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엄 전 시장은 송 의원은 나이까지 언급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와 민주의 싸움인데 70세인 송광호 의원보다 젊은 사람, 민주당내 진보와도 소통할 수 있는 내가 나가야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 전 시장은 공천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여의도연구소가 여러 가지 안을 내놓겠지만 경우의 수는 전략공천, 현역교체, 경선이다. 당에서는 경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공천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에서 정신 나간 공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충주 재선거가 끝나고 나면 민심이 읽힐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귀하디귀한 현역의원을 명분 없이 내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더 지배적이다. 실제로 송 의원은 지난해 충주 보궐선거 전까지 충북의 유일한 청일점이었다. 더구나 송 의원은 도내 당협위원장 가운데 윤경식 흥덕갑 위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제천·단양 공천은 상대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서재관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범야권의 후보로는 참여정부 당시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김광직 국민참여당 충북도당 총선기획단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호사가들은 여야가 연령에서 대비되는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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