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방정부의 지역언론 지원은 약인가, 독인가? 지난 24일 옥천언론문화제에서 지역신문지원조례가 왜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경남과 부산이 지역신문지원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도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충북도 지난 봄 지역신문지원조례제정 추진위원회를 꾸려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 논의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다시피 지역신문이 처한 환경과 그 병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신문을 보는 지역주민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민들과는 철저히 유리되어 있으면서도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영면에서도 지역신문들은 너무나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자치단체의 홍보예산이 없다면 버텨내기 힘든 지역신문도 많다. 게다가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종합편성채널(이하 조·중·동·매 종편)들은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을 탐내고 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부산,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신문들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

지역신문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러나 선뜻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주민들을 위한 지역신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그래서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더 나아가 독자를 지원해 지역신문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지역신문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각 지역에서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무엇보다 지역 신문시장의 현실을 개선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중요한 기준으로 해 건전한 신문을 집중 지원해 키워나가자는 거다. 한편에선 신문의 난립구조가 계속되고 사이비 지역신문이 퇴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별로 조례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 또 다른 관언유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신문시장

지역신문지원조례의 목적과 추진현황, 방법론까지 격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지역신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홍보예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칙도 기준도 없이 언론사 눈치를 봐가며 관행대로 집행되는 홍보예산, 여기에다 음성적인 지원까지, 음으로 양으로 지자체가 지역신문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갑이 아니라 을의 입장에 있다. 지난번 청주시 홍보예산도 의회에서 깎았다가 기자단의 반발로 다시 제자리가 되었다. 아직도 지역에서는 언론사의 힘이 막강하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보지 않는 신문임에도 그렇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옥천신문 기자는 옥천에서 4000부 넘게 발행하는 옥천신문보다 몇 100부 되지 않는 지역일간신문에 옥천군이 더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릴 높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광고의 목적에 충실하자면 발행부수가 더 많은 신문,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신문에 하는 게 누가 봐도 타당하다.

홍보예산 집행기준은 다가올 조·중·동·매 종편 광고 경쟁에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보라. 조·중·동·매 종편이 아무리 덤빈다한들 자치단체가 가진 원칙과 기준은 이렇다 하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질 않나.

자치단체는 홍보예산 집행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신문을 선정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자를 지원해 실질적인 지역신문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아니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조례를 만드는 일은 참 쉽지 않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필요하다고 생각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내년 언론문화제에서는 더 나아진 지역언론의 현실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쌀쌀해진 밤공기만큼이나 언론문화제에 참여한 주민들이 부쩍 줄어들어 아쉬웠던 밤, 지역신문의 살길을 다시 묻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