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낮 납치극을 벌인 30대가 피해자의 기지와 경찰의 신속한 초동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대구에서 가짜 명품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 씨(32·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평소 채팅을 통해 알고 지내던 권모 양(여·24·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에게 만나줄 것을 요구하다 권 양이 이를 거절하자, 3월 12일 새벽 권 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우고 3시간여의 납치극을 시작했다.

4시 50분 경 권 양의 집을 찾아간 이 씨는 “잠깐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차에 타라”며 권 씨를 억지로 차에 태웠다. 권 양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대구시내를 벗어나 중앙고속도로 북대구 IC를 통해 춘천방향으로 방향을 틀었고, 공포에 빠진 권 양은 탈진 상태에서 극심한 불안감에 떨었다. 이미 납치 직후 한 차례 차량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넘어진 이후여서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흥분 상태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던 피의자 이 씨가 자신에게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 권 양은 침착하게 탈출할 방도를 궁리하던 끝에 휴게소 여자화장실로 대피할 묘책을 찾아냈다. 권 양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 씨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몸도 불편하고 화장실이 급하니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권 양이 자포자기했다고 판단한 이 씨는 차를 단양휴게소에 세우고 아무 의심없이 권 양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권 양은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걸어잠그고 대구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 사실을 알렸고, 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인 오전 7시 50분, 마침내 비뚤어진 애정행각이 빚은 납치극은 막을 내리게 됐다.

특히, 단양경찰서 중부지구대 홍성우 경장과 서종기·정문채 순경 등 검거자들은 7시 48분경 대구지방경찰청 112 지령실에서 상황통보를 받고 먼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권 양을 안심시키는 한편, 곧바로 비상 출동해 피의자를 검거하는 발빠른 대응을 과시했다. 사건이 접수된 지 불과 10분여 만에 피의자를 검거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납치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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