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국회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당장 미친개라는 욕설까지 쏟아졌다. 급기야 이 미친 개들이 자기들을 길러준 주인까지 물어 버렸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지금쯤 감옥에 가 있어도 시원찮을 국회의원들이 되레 탄핵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까지 물어 뜯은 미친개는 어차피 주변 사람들의 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의 몽둥이 세례다. 탄핵 가결이후 사생결단의 분신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미친개들을 두들겨 잡으려면 주인(국민)은 오히려 냉정해져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 반대의원들이 대성통곡을 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선 좀더 '쿨'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주장한 탄핵사유는 이미 법률가들에 의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야당이 제시한 사유가 헌법상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야당이 탄핵을 강행한 절대 명분은 11일 노무현대통령의 기자회견이었다.

마지막엔 사과하지 않은 것을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그날 노대통령은 국민들에겐 분명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야당에는 먼저 탄핵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이는 야당이 주장하는 사과는 결국 국민이 아닌 자신들에 대한 사과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을 내세운 야당의 겁박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많은 국민들은 그날 노대통령이 좀 더 유연하게 처신하지 못한 점을 꾸짖고 있다. 마지막까지 정치적으로 해결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다. 그래도 국민 절대대다수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국민들은 이번 탄핵건을 최종 판단할 헌법재판소의 법정신과 법의 정의를 기대하고, 믿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라는 말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초유의 국회심판이라는 의미와, 또 하나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유의 국회쿠데타라는 의미이다. 지금 국민들은 후자를 원망한다.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의원들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상실했다. 부정과 부패에 얼룩진 그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이 뽑아 준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댈 수는 없다. 총선 1개월, 임기 2개월을 남긴 식물국회의원들이 임기 4년을 남긴 대통령을 짓밟아 버린 지금의 현상이 국민들에겐 '초유'의 폭거로 각인되는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박관용의장은 "대한민국은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외쳤다. 차라리 이 말이 단순하게 역사의 발전이 아닌 진행만을 의미했다면 국민들의 고통은 덜 할 수 있다. 전진은 하고 있는데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의 말대로 역사는 앞으로 전진한다. 탄핵을 당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대통령을 탄핵한 지금의 사태는 분명 이 상태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를 근거로 새로운 역사가 나타날 것이다.

그 새로운 역사의 첫번째 단초는 다름아닌 4·15 총선이다. 의회 쿠데타에 대한 국민의 심판, 주인을 물어 뜯은 미친개에 대한 몽둥이 타작을 우리는 그날 내려야 한다. 그때까지 흥분하고 좌절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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