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마라톤 사랑 이어가고 있는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아름다운 마일리지 42.195Km

6일 오전, 청주 모충대교 아래로 하나둘 개인택시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모두들 가벼운 옷차림에 마라톤화를 신고 있다. 이들은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회원들. 너도나도 반갑고 즐거운 마음에 연방 웃음꽃을 터뜨리고 있다.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은 설날과 추석을 빼고 3일에 한번 씩 쉬는 날이면 항상 마라톤을 하러 나온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이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무엇이 그리도 이들을 마라톤에 사로잡히게 했을까.  

“우리 같이 직업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은 하루 15시간 가량 운전을 하다보니 온 몸이 다 굳는다. 좁은 공간에서 앉아 있다 보니 근무환경도 열악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마라톤으로 굳어진 몸을 풀고 땀을 흘리며 노폐물을 바깥으로 내 보내고 나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 6일 오전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무심천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땀 흘리고, 친목 다지고"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이병석(58세) 회장의 말이다. 전직 국가대표 사격선수이기도 했던 이 회장은 “운동 선수 출신으로 경험이 있는지라 회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준비 운동을 확실히 가르친다. 우리는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운동을 하고 있다. 마라톤은 제일 꼴지가 박수를 받는 운동이다. 사흘에 한번 꼴로 회원들을 만나다보니 형제들보다 더 가까운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7명으로 시작한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는 현재 5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주 개인택시는 현재 2500대. 사흘에 한번 씩 쉬는 이들 3조는 800대로 이 가운데 50여명이 마라톤 운동을 하고 있다. 마라톤이 좋아 마라톤 동호회가 없는 1조(2조는 20여명)에서 3조로 쉬는 날을 바꾸는 운전사들도 있다고 한다.

한준희(56세) 총무는 “마라톤 운동을 하고 나면 일할 때 마음이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져서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라톤 올 때 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온다. 힘들어도 마라톤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과 고통의 싸움을 이겨내며 거기서 오는 묘한 카타리시스를 느낄 수 있다. 운전하다 보면 허리가 많이 아픈데, 마라톤은 척추 환자에게도 아주 좋다. 자연적 치유가 된다. 마라톤을 모르는 이들에게 권장하고 싶다”며 마라톤 운동 예찬하기에 바빴다.

한 총무는 또 “청주 무심천 코스가 5Km마다 구간이 표시되어 있으며 상당히 좋다. 전국에서 제일 잘 되어 있다. 현재 장평교에서 신대까지 32Km다. 내년이면 옥산까지 길이 정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심천 끝에서 끝까지 달리면 40여키로가 된다.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하는 셈”이라며 기대에 차 있었다. 

▲ 준비 운동을 하고 있는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회원들.

위암 불구 풀코스 뛴 회원도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 이날 동호회에서 최고령자인 김홍렬(63세)씨도 참석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회 뛰기도 한 김 씨는 “젊은이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좋고, 같은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친목을 나눌 수 있어 좋다”며 밝게 웃었다. 막내에 해당하는 연천흠(48세)씨는 이날 마라톤 복장을 하지 않고 연습에 함께 했다.

쉬는 날엔 국수장사를 하며 투잡을 하고 있는 연 씨는 “오늘 배달하는 곳이 이 근처라 들렸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피곤이 가신다. 습관처럼 함께 마라톤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서너 번 시간이 맞을 때가 있다. 그때 함께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위암에 걸려 있던 한 회원은 계속 암의 고통을 극복하며 풀코스를 정복하고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청주개인택시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의 열정이 말해주듯이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3시간 내에 완주하는 회원이 2명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가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회비를 만원씩 걷어 전국 대회 봄 가을로 매년 춘천 마라톤과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 있으며 그 밖의 마라톤 행사에도 3~4회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들 동호회는 모충대교에서 옥산환경사업소를 돌아 25Km 정도를 2~3시간 사이에 걸쳐 돌아왔다고 한다.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한 총무의 목소리에는 피로감보다 씩씩함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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