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평가 심의에 번번이 발목 잡혀
공공예산에 기대려는 계획에 ‘브레이크’

청주지역은 물론 중부권에서 최대 규모가 될 사직 주공 2·3단지 재건축 사업이 교통영향 평가란 결정적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목이 잡힌 채 하염없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약 3000 가구에 달하는 사직 주공 2·3 단지는 아파트 주변 도로가 왕복 2차로에 불과한 등 20여년 전 도로체계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 그 사이 대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평균 가구당 보유대수가 1대를 훌쩍 넘는 등 크게 늘어난 자동차들로 인해 이 일대 교통은 출퇴근 시간대가 되면 상습적인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보완조치에도 비슷한 평가서 제출
이에 따라 현재보다 재건축을 통해 830여 가구나 더 늘어나게 될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 교통체증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주변 교통여건의 악화를 우려하는 충북도 교통영향심의위원회가 재건축에 따른 교통영향 심의 잣대를 엄정하게 적용하고 있는 반면, 재건축 조합과 사업 시행사 측에서는 현재의 주변 도로여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2차례나 상정한 교통영향 평가서에 반영하지 않아 현재대로라면 양측간 현격한 견해차이가 좀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 교통영향심의위는 지난해 12월 22일 사직 주공 2·3단지 재건축 조합(조합장 한범순)이 심의 요청한 교통영향 평가서를 심의한 결과 ‘재상정’ 결정을 내렸다. “조합 측이 제출한 교통영향평가서상의 주변 교통여건 개선대책이 부적절한 만큼 평가서를 다시 작성, 재상정하라”는 것이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재상정 결정은 사실상 해당 교통영향평가서에 대해 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보다 830여 가구 늘면 ‘교통지옥’
사직주공 2·3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24평 225가구 27평 494가구 32평 1736가구 39평 678가구 47평 346가구 52평 270가구 등 총 3749가구를 짓는 것으로 돼 있어 현재 2913가구에 비해 무려 836가구가 늘게 돼 있다. 현재의 주변 도로체계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교통체증 악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도 교통영향심의위가 해당 조합측에 요구하고 있는 보완조치 내용은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통영향심의위가 조서 심의 요청한 교통영향 평가서를 부결하면서 재상정토록 한 ‘보완’ 사항을 보면 깊은 고려와 고민이 묻어 있다.

교통영향심의위는 “모충동 고개∼사직 2·3단지∼시계탑∼서청주 전화국을 잇는 왕복 2차로의 ‘예체로’에 대한 조합측의 교통여건 개선대책안에 따르면 차로 폭이 들쭉날쭉하게 설계돼 있다”며 “예체로를 최소 노폭 26m로 확장하되 균일하게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합측이 예체로에 대해 제시한 안에 따르면 △모충동 고개 부근은 25m, △사업지구 내는 26m, 다시 △시계탑∼서청주 전화국∼예술의 전당 뒤쪽 도로는 노폭이 23m로 돼 들쭉날쭉 돼 있다. 교통영향심의위의 판단은 “예체로가 26m로 통일돼야 교통흐름이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청주시 예산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
아울러 교통영향심의위는 △동서간 도로인 ‘창직로’도 노폭 12∼15m로 돼 있는 것을 전구간 15m로 하는 방안과 △반경이 좁은 시계탑 5거리∼충북대 방향 곡선로의 선형을 개선하는 것 △아파트 진입부분의 급경사를 고려해 미끄럼 방지 시설을 할 것 등을 조합측에 보완토록 했었다.

조합 측의 교통영향평가서를 제출받아 이를 검토한 뒤 충북도에 올린 청주시는 “한마디로 조합측의 방안이 이 일대의 근본적인 교통소통대책으로는 부적절, 주민 교통불편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충북도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있은 충북도 교통영향심의위의 보완조치에 따라 해당 조합측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 지난 2월 교통영향평가서를 다시 상정했으나 최근 시점인 2월 27일 또다시 보완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올들어 조합에서는 재건축 사업 승인권자인 청주시를 거쳐 교통영향평가 보고서를 충북도에 다시 올렸지만 심의 결과 또다시 부적절 판정을 받은 것.

또다시 예고된 ‘퇴짜’
이 때문에 청주시는 조합과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인 특정 건설회사가 근본적인 교통개선방안을 수용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청주시 관계자는 “올해 조합측에서 재상정한 교통영향평가서가 지난해 올렸던 평가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번에 또다시 보완조치가 내려지게 됐다”며 “당초 평가서에 대해 재상정 결정을 한 교통영향심의위의 의견이 거의 수정되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사업지 외곽도로에 대한 교통여건 개선문제에 대해 조합 측에서는 청주시의 도시계획 재정비시 반영하겠다는 뜻을 평가서에 담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청주시에서 재건축 사업지 부근 도로 확포장 공사를 공공예산으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업주 입장에서는 사업부지 안과 부지를 직결하는 인근 도로 확포장만 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업주의 결자해지 노력 필요”
이를 놓고 청주시 관련부처들 사이에선 활발한 의견개진이 있었는데, 특히 도시과에서는 “사업시설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교통소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사업주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사직 주공 2·3단지 재건축 사업은 사업주의 근본적인 교통소통 대책 마련 없이는 사업 승인 절차를 밟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합측의 교통영향평가서로는 재건축 사업이후 악화될 주변 교통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무망한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해당 조합측이 어떤 보완사항을 추가할 지 주목된다.

물론 충북도 교통영향심의위가 당초의 엄정한 잣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지난해 말 문제의 평가서에 대해 재상정토록 판단한 근거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심의위가 이를 뒤늦게 통과시킬 지는 상식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평가의 일관성을 놓고 호된 비판을 자초할 리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직 주공 2·3 단지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재건축’ 표지판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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