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주차장 뒤늦게 도서관 건립부지 재활용…불편 민원 잇따라
"도보·자전거 이용 적극 권장"… 원거리 민원인 주차갈등 여전

▲ 뒤늦게 남부도서관 건립이 확정되면서 지상 주차장을 빼앗긴 꼴이 된 청주시 상당구 분평동주민센터가 민원인이 인근 아파트 단지에 주차를 하면서 입주자들과 갈등이 계속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민원인 주차장이 하나도 없는 이상한 동주민센터가 민원이 되고 있다. 지은 지 3년 남짓 된 청주시 분평동주민센터. 준공 당시만 해도 연면적 1278㎡(387평), 지상 3층 건물에 다양한 주민편익 시설과 50여 면의 지상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자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주민센터 지상주차장에 청주시 남부도서관을 건립하면서 민원인 주차장이 하나도 없는 이상한 동주민센터로 전락했다.

청주시 남부도서관 건립이 추진된 것은 지난해 10월말쯤. 마땅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청주시가 당시 시유지였던 분평동주민센터 지상주차장을 남부도서관 건립부지로 재활용  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청주시는 분평동 1252번지 2365㎡(717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의 연면적 2692㎡ 규모의 남부도서관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문제는 민원인 주차장이 없어지면서 동주민센터 인근 골목 이면도로와 아파트 단지내까지 민원인 차량이 세워지면서 입주민들과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근 대표적인 브랜드 아파트는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면서 차주와 적잖은 갈등도 빚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동주민센터가 주민자치위원회를 열어 입주자들이 출근하는 낮 시간에만 외부주차를 허용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갈등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연면적 350여㎡ 당 적어도 1개 면의 주차면을 확보해야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관련법대로라면 분평동주민센터는 적어도 4개면 이상의 민원인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청주시가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주차장의 용도를 전환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일단 청주시는 남부도서관 건립으로 기존 36면의 분평동주민센터 지상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사실은 인정했다.

인근 골목·아파트 주차 갈등
다만 올해 말쯤 남부도서관이 완공되면 도서관 16면의 주차장을 8면씩 나눠 이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근 아파트 단지의 접근성을 살려 도보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자전거 주차장 증설을 통해 녹색교통 및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홍보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도서관과 동주민센터 직원은 물론 원거리 민원인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한 처사란 지적이다.

현재 청주시 30개 동주민센터 민원인 주차면수는 총 448면이다. 1개 동주민센터 당 평균 민원인 주차면수는 15면 정도가 된다. 이 중 민원인 주차장이 1면도 없는 동주민센터는 중앙동과 분평동뿐이다. 그런데 중앙동은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유지 관리하는 인근 유료주차장이 있는데다 시설 노후로 오는 2013년 신축 이전할 예정이다. 결국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동주민센터 중 민원인 주차장이 한 곳도 없는 곳은 분평동주민센터가 유일하다는 얘기다.

청주시의회 육미선 의원은 "시설 허가를 받은 이후 설계도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않아도 주차 공간 부족을 지적했다"며 "하지만 민선4기 집행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정해진 상황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부족한 주차공간에 대해 인근 안뜸공원에 지하주차장을 파는 등의 대책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걸림돌이 됐다"며 "또 녹색수도를 표방하는 한범덕 청주시장이 인근 아파트단지의 접근성을 살려 도보이용과 녹색교통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들어 거절했다"고 전했다.

동주민센터-도서관 함께 지어져야
협소한 부지·도심 주차난 해소 '일석이조'

민원인 주차장이 없는 이상한 동주민센터가 정치적인 이유로 발생했다(?). 사실 민선4기 때 남부도서관 건립부지에 대한 검토과정에서 적잖은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당초 산남동과 분평동이 대상지로 꼽히면서 인구 4만인 분평동이 2만의 산남동에 비해 이용자 수나 접근성 면에서 우수했다는 것이다. 산남동은 결정적으로 인근 수곡동에 이미 청주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남부도서관 건립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민선4기 남상우 청주시장은 보다 넓은 부지 확보를 위해 우회도로 건너편 장암·장성동까지 검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녹지로 도시계획을 변경하기 전까지는 건축허가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구 4만의 분평동을 대상지로 남부도서관 부지를 물색하다가 당시 시유지였던 분평동주민센터 지상주차장을 대상지로 확정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현재 남부도서관이 건립되고 있는 부지는 도시계획상 소방파출소 자리였다.

박종룡 전 청주시의회 의원은 "대상 부지를 쉽게 찾다 보니 시유지였던 분평동주민센터 주차장 부지를 도서관 부지로 확정하게 됐다"며 "민선4기 남 시장은 더 큰 부지를 찾도록 했지만 관련법에 걸려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기둥을 세워 남부도서관을 올려 짓고 주차장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설계안이 채택됐고 추후 안뜸공원의 지상 유휴 공간 400여평에 주차장을 건립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런데 민선5기 들어 설계안이 변경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녹색수도 청주에 걸 맞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접근성을 살린 도보 및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하자는 취지였다"며 "당연히 공원을 더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공원주차장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주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협소한 도심 공간을 생각했을 때에 동주민센터와 도서관을 함께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분평동의 경우 동주민센터를 먼저 짓고 뒤늦게 도서관을 건립해 발생한 문제다. 도서관이 동네마다 하나씩 들어서는 요즘 추세를 고려할 때에 도서관 1층에 동주민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녹색교통에 대한 청주시의 확고한 방침은 높이 살만 하지만 최소한의 주차면수는 유지해야 원거리 민원인과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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