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정은하·박은희 3인의 인터뷰

이번 K과장 사건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사태해결을 주도했던 세 사람을 만났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정은하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박은희 전국공무원노조 여성위원장이 이들이다. 이들은 현재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성희롱예방교육은 형식적일 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자체에서는 여성단체들을 적대적으로만 대할 게 아니라 상호 협조적인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외부기관과 상의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차제에 성희롱·성추행사건 예방과 해결을 위한 모임이나 협의체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 하숙자
“충북도 여성정책 수준 이렇게 낮아서야···”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
“청주시 K과장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공직사회가 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성희롱·성추행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는 ‘성추행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혹시라도 K과장이 해임처분을 받은 뒤 소청을 통해 공직에 복귀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관여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그리고 하 대표는 “지금 세계는 성평등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판에 우리는 아직도 여성들을 노리개로 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하루빨리 성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UN, OECD, IPU(세계의원연맹)는 세계적으로 성주류화정책을 펴도록 하고 있다. 성주류화는 여성이 모든 주류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또 우리나라는 정부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반영토록 하는 성인지예산제도 시행에 맞춰 성인지 예·결산을 의무화했다. 남녀차별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도 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성희롱·성추행문제 역시 이런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 충북은 여성정책을 전담해서 다루는 女性局이 없고 다른 지자체에 거의 있는 성별영향평가센터도 없다”고 지적했다. 성별영향평가센터는 정책을 입안·집행·평가할 때 성별 요구와 차이를 고려해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고르게 혜택을 가져올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따라서 충북도는 차제에 성희롱 예방부터 사건후 처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도내 시·군에 보급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정은하
“왜 여성단체를 적대적으로 생각하는가”
정은하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
정은하 여성종합상담소장은 각 지자체마다 설치돼 있는 성희롱고충상담실이 활성화돼야 가해자가 ‘막판’까지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99년에 성희롱고충상담실을 만들었다. 그런데 충북도·청주시·청원군에 상담들어온 게 한 건도 없다. 아마 다른 시·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건도 없었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그만큼 상담실의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동안 청주시 K과장에 관한 소문이 많았다는데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사람들은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는가. 사전에 예방했다면 이번 사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6~7%만이 신고를 한다는 통계가 있으나 꾹꾹 참고 있으면 피해자만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또한 상담실을 많이 이용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단체들도 가해자가 막판까지 가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지자체에서는 여성단체들을 적대적 관계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로 도와서 사건 발생을 줄이고, 혹시 사건이 나더라도 협조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면서 “지자체는 차제에 문을 열고 외부와 소통하라”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상담소장인 만큼 상담분야를 적극 강조했다. 상담단체와 함께 과별로 토론회를 열고 여러 사례 등을 끄집어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이 것도 성희롱인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자유롭게 토론을 하다보면 관점이 명확해져 잠재적인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 박은희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 보여라”
박은희 전국공무원노조 여성위원장
박은희 씨는 전국공무원노조라는 전국단위 조직의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청원군 공무원인 박 위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그는 “이번 사건도 방송국이라는 외부기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알려졌지 공무원들끼리 그랬으면 절대 새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만큼 공직사회는 폐쇄적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폐쇄성을 버리고 성희롱고충상담실을 외부기관과 연계해 운영하는 등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가는 게 정답이다. 지금은 이런 상담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공무원들이 허다하고, 알아도 상담할 수 없다. 상담자들도 전문가가 아닌 직원들인데다 뒷소문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자체들이 성희롱 예방활동으로 하고 있는 것은 교육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에서부터 나온다. 박 위원장은 “성희롱 예방교육? 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 게 10년 조금 넘는데 그 동안 변한 게 전혀 없다. 1년에 한 번 하라고 하니까 전직원을 한군데 몰아넣고 형식적으로 2시간 교육하는 게 전부다. 성희롱의 개념, 사건이 발생한 뒤의 법률적 문제, 대응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나. 집합교육이 아닌 많아야 30명 단위에 교육 프로그램도 확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공직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상벌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성희롱·성추행 피해자가 나왔을 때 피해자가 속한 부서는 공동으로 사건해결을 하도록 하고, 제대로 대응하면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라는 얘기다. 반면 가해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 아울러 선출직 공무원들은 왜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지 않느냐며 한마디 했다. “이들도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데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이 문제는 직결된다. 충북도내 의회에서 먼저 시작하면 전국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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