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업무 대부분 축제위원회 이관…지역 문화인들 “전 원장 과욕이 자멸 불렀다” 허탈

지역 문화와 사회교육사업을 통해 향토문화를 창달할 목적으로 설립된 제천문화원이 오랜 세월 누적된 부실 운영의 영향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문화원 고유 업무였던 향토문화제와 지역 축제 주관 업무의 상당수마저 타 기관으로 이관돼 문화원으로서의 핵심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반면 타 지역의 경우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 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문화원은 주민에게 문화 접촉의 기회를 넓히고 고유 문화를 개발·보존하는 지역문화 복지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점차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난 1994년 지방문화원진흥법을 제정하고 문화원 활동을 적극 육성·지원하는 등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문화원의 기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 제천문화원이 문화원 핵심사업인 축제 관련 사무 대부분을 타 기관에 넘기는 등 과거 집행부의 잘못된 운영 행태로 최악의 부실을 맞았다. 새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해도 부족한 예산 문제로 섣불리 시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제천문화원의 경우 민선 시기 15년여 동안 각종 축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문화원 고유 업무인 문화축제 행사의 기획 주관 업무를 되레 타 기관에 빼앗기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국제음악영화제를 비롯해 축제의 전성기로 불리는 민선 3~4기에는 아예 제천시가 ‘축제위원회’라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 그동안 문화원이 수행했던 축제 관련 업무 일체를 이 기구로 이관하는 등 사실상 문화원을 허수아비로 전락시켰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민선 1~2기 때는 각종 축제를 시 문화원이 총괄토록 하고 문화원에 대한 지원 활동도 통 크게 이뤄져 제천문화원이 지역 문화 창달의 주체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엄태영 전 시장 재임 시절 크고 작은 축제가 남발되고 급기야 이들 축제를 총괄할 축제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문화원이 갖고 있던 축제 관련 사무 대부분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인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천문화원 죽이기”라는 거친 반응도 나왔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문화원 죽이기’가 다름 아닌 제천문화원 핵심에서 기획된 일종의 ‘친위 쿠데타’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화원 고유 업무 빼내기의 한가운데에는 바로 지난 1999년 제11대를 시작으로 올 5월까지 만 12년 동안 3대째 내리 문화원장을 지낸 송만배 전 문화원장이 있다. 송 전 원장은 문화원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4년 엄 전 시장이 지역 축제의 통합 관리와 주관을 담당하는 기구로 출범시킨 제천시축제추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발탁돼 문화원이 관장했던 축제 관련 사무 대부분을 이 기구로 이관시킨 장본인이다.

결과적으로 제천시는 기존 축제 담당 기구였던 문화원에서 해당 업무를 빼내는 교묘한 작전을 해당 기구 대표의 손으로 직접 수행토록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주요 업무 축제위원회로 이관

송 전 원장은 그 후 문화원장과 축제추진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지역문화예술계를 넘어선 민간단체의 실세로 부상할 수 있었다.

특히 올 초 장기 재임에 따른 부담으로 문화원장을 더 이상 연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축제추진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 설립에 깊숙이 관여해 초대 위원장에 취임하는 남다른 수완을 과시했다.

한편 이 같은 문화원 기능 축소로 현재 제천문화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통상적 홍보활동, 향토자료 수집 등 극히 제한적 사무만을 수행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렇다 보니 문화원의 1년 예산도 고작 4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중 인건비 비중이 3560만원에 달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940만 원뿐이다. 각종 경상지출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적자예산인 셈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지역 문화 창달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원의 실제 예산은 아이들 학원비 수준도 되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문화원이 부담해야 하는 매칭펀드의 모순 때문에 이사들이 사비를 들이지 않는 한 어떤 일도 추가로 벌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한편 청주문화원은 지난해 말 시의 예산 지원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충북역사문화탐방을 실시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주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또 청주문화 총서와 같은 지역 문화의 수집 발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원문화 발굴과 육성,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근 충주문화원을 비롯한 다른 지역 문화원도 다양한 지역 문화 창달 사업을 통해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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