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산수화가 이방운도 손꼽은 ‘명승지 8곳’ 중 하나… 현재도 농업용수 공급

‘권상준 교수가 간다’ 제천8경 <1> 의림지

지난주까지 ‘충주8경’을 끝내고 이번 주부터는 ‘제천8경’에 대해 쓴다.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碧骨堤), 밀양의 수산제(守山堤)와 함께 삼한시대의 3대 수리시설인 인공 저수지로 제천시 모산동 241번지 일대에 있다. 벽골제와 수산제는 저수지 기능을 잃었지만 의림지는 지금도 제천시 청전동 인근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호반둘레 약 1.8㎞, 호수면 약 158,677㎡, 저수량 6,611,891㎥, 수심은 8~13m, 몽리면적 289.4정보의 수원지이며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

본래는 임지로 불렸다가 고려 성종 11년(992)에 군현의 명칭 개칭시 제천을 ‘의원현’ 도는 의천이라 하였다가 후에 제천의 옛 이름 ‘의’를 붙여 의림지라 했다.

구전에 따르면 신라 진흥왕(540~575)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 서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들어 치수했다가 그 후 7백년이 지나 현감 박의림이 4개의 군민을 동원하여 못 주위를 3층 석축구조로 물이 새는 것을 막는 한편 배수구 밑바닥 수문은 수백관의 큰 돌을 네모로 다듬어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수문기둥을 삼았고 돌바닥에 ‘박의림’ 현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 제천의 대표적인 명승지 의림지는 역사성에 자연 조경요소가 곁들여져 큰 인기를 끈다. 의림지와 제림에는 오래된 나무가 숲을 이뤄 볼거리를 제공한다.

역사적으로도 의림지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세종실록(世宗實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 여지도서(輿地圖書), 제천현지도(堤川縣地圖), 청구도(靑邱圖),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등 조선시대 고지도에도 자세히 나타나는 곳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역사공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은 조선후기 산수화가 이방운(李昉運)이 그린 서화첩 「사군강산참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에 나오는 명승지 8곳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단양사군(丹陽四郡 : 청풍, 영춘, 단양, 제천) 지역의 대표적 명소로 알려져 있다. 권두경(權斗經; 1654~1726)의 ‘제천김중수리만학명헌팔영’(堤川金仲綬履萬鶴鳴軒八詠)-“창설재집(蒼雪齋集)”에서 제천팔경중 제1경으로 임호조수(林湖釣): 의림지에서 낚시하는 노인, 제2경 임호연수(林湖烟樹): 의림지의 안개 낀 나무로 표현했고 김이만(金履萬)의 제천시지에서도 제천팔경중 제1경을 권두경과 같이 표현했다.

물안개·저녁놀, 詩材로 인기

제천 의림지와 제림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명승지로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映湖亭),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鏡湖樓) 등 정자 및 누각과 연자암, 용바위, 홍류동, 홍류정지 등 전통적인 경관 소재와 가치를 지녀 전통공간의 배치와 형태를 구성하는 물, 바위, 나무, 흙 등의 조경요소가 독특한 역사경관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특히 주변을 주유하면서 물에 비치는 원경의 산과 제림의 나무들이 정자와 함께 어우러짐을 깨닫게 하는 관상경관의 운치를 느끼게 하면서 계절과 시각에 따라 상이함을 정적·호반경관의 일품을 지녔다. 무엇보다도 의림지에서 발생하는 수변의 물안개나 저녁노을에 비치는 수면과 달빛이 어리는 밤의 호수경관이 지니는 미묘함은 역사적 경승지로서의 시적 소재로 쓰여 왔다.

제천 의림지와 제림에는 120~230년 된 소나무 400여 그루와 버드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제림은 의림지 제방 위에 조성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으로 의림지와 역사를 같이 한 노송과 어우러진 버드나무는 어디서라도 미묘한 형태로 눈길을 이끄는 초점경관의 주제적 소재이다.

시대가 지날수록 한층 배식이 점증적으로 보완되어진 버드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계절마다 채색을 달리하는 다양성과 호반경관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심미적이고 고색창연한 호반체험 경관임을 야기하는 역할을 자임한다 할 수 있다.

행정적으로는 제천시가 주로 관리하며 충청북도기념물 제11호(1976.12.21.)로 지정되었다가 명승 제20호(2006.12.4.)로 변경되었다. 청전동 샛터에서 의림지까지 폭 35m, 길이 2㎞에 달하는 청전뜰 농로를 보행전용 유보도로의 성격과 시민 문화휴식 공간을 갖춘 녹도로 조성하면서 의림지는 숲과 물이 조화를 이루며 수수하고 상쾌한 활동을 위한 예술 레저 체험공간이 조성되어야 할 국가공원화 대상이다.

제천시의 그린플랜과 한국음악과 조화로운 명소화의 상징적 호반임을 선도하는 근본이 되는 역사적 문화경관자원의 효시라는 의미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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