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승리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말했다. 8월24일,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오세훈 주민투표’의 결과를 놓고 그는 215만7744표라는 보수층의 결집을 확인했다며 득의양양했다. 오 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득표한 208만6127표를 웃돌았으므로 승리했다는 논리다. 이승만의 집권을 연장하려한 사사오입 개헌에 필적할만한 아전인수 식(式) 셈법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몰락은 차치하더라도 오세훈의 정치는 참패했다. 일단 그는 야당이 주장해 온 전면 무상급식을 복지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주민들에게 강요했으나 4분의 3이 아예 응답조차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며 시장직까지 걸었음에도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은 것은 외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투표를 하지 않은 74.3% 가운데 일부는 바쁘거나 귀찮아서 투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이번 투표가 아니더라도 서울시 유권자의 30% 남짓은 늘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한 215만명이 모두 오 시장의 선택적 복지를 지지했다고 보는 것은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215만명 중에는 투표율이 33.3%를 넘어서는 상황에 대비해 보편적 복지에 표를 던진 이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유권자는 한나라당의 투표독려나 민주당의 보이콧 운동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주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때문에, 또는 민주당 때문에 투표소에 가고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 양대 선거 판단의 기준을 얻다

정치인들이 퇴출되는 것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독특한 뇌구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 개인은 웃음거리가 되고, 리더의 오판은 그릇된 대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오세훈이 졌다는 또 하나의 근거는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좁은 독 안에 가뒀다는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 TOP3는 서초 36.2%, 강남 35.4%, 송파 30.6%로 강남 중의 강남 3곳만 겨우 30%를 넘겼다. 결국 오세훈의 선택적 복지론은 부가 몰려있다는 대한민국의 수부(首府)에서마저 한나라당을 고립시켰다. 이는 또 한나라당이 그동안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온 것에 대한 결과이므로 오세훈의 패배이자 한나라당의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집안 얘기가 되겠지만 나쁜 투표로 판명된 오세훈 투표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의 밑천까지 드러나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오세훈 투표에 대해 묻자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대응은 신중함으로 읽힐 수도 있으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철학의 부재를 노출시킬 뿐이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박 전 대표를 결단의 자리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박 전 대표는 이제 자신의 철학을 말해야한다.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대선정국까지 유효한 판단의 잣대를 마련해 준 것이 오세훈 시장의 유일한 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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