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 농업기반공사 충북본부장

지난 20일 음성군 원남면 보천리에서 주목을 끄는 한 행사가 벌어졌다. 충주-증평을 잇는 충주댐 광역 상수도 공급관로에서 원남저수지까지 4km 구간에 대한 본격적인 통수(通水)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농업기반공사와 수자원공사는 20일부터 160여일 동안 하루 3만t씩 총 500만t의 물을 보천리 상수도 공급관로에서 빼내 원남저수지에 공급하는 큰 일에 나선 것이다. 이 날의 ‘사건’은 쌀증산 정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던 70년대만 해도 ‘녹색혁명을 이루기 위한 대역사’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동원된 가운데 지역 최대의 뉴스로 대서특필되고도 남을 만한 이벤트였다.
90년만의 한해(旱害)였다는 지난해 때보다 더욱 극심한 가뭄이 새해벽두부터 전국의 대지는 물론 저수지조차 바짝 메말라 버리게 할 정도로 장기화하면서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는 100%에 가까운 저수율로 위기를 가까스로 헤쳐 나갔다지만 올해는 저수율마저 뚝 떨어진 탓에 가뭄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농작물에 결정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인 등 위기감이 더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경지에 대한 급수 및 저수지의 저수율 제고를 위한 방안마련 등 100년 빈도의 가뭄 극복을 위한 총력전을 지휘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 충북본부 김완주 본부장(56)을 만났다.

-올 가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해보다도 더 극심하다는 데 어떻습니까.

“기상청의 장기예보에 따르면 모내기 전까지 큰 비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 가뭄은 지난해보다 더 심합니다. 강수현황 및 도내 각 저수지의 저수율 수치가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 여 동안 내린 도내 평균 강수량은 229mm에 달하는 데 이는 전년동기 324mm에 비해 100mm나 적은 양입니다. 이 때문에 도내 187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 또한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저수율은 97%에 달했는데 올해는 68% 밖에 안됩니다. 특히 187개 저수지 중 저수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저수지가 10개나 되고, 이중에서 30%도 안되는 저수지도 1개 곳(원남저수지)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점에서 원남저수지에 대한 충주댐 광역상수도의 공급은 아주 특별한 뜻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과거 같았으면 대단한 사건이지요. 현재 원남저수지의 저수량은 수혜면적이 852ha에 달하지만 833만여t의 유효저수량에 비해 실제 저수량은 191만여t으로 저수율이 2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에따라 농업기반공사(농기공)에서는 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과 협의, 충주댐 용수를 공급받기로 하고 20일부터 하루 3만t의 물을 상수도 공급관로에서 빼내 원남저수지까지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농업기반공사에서는 원남저수지에 500만t의 물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렇게 되면 손실량을 감안하고 비가 한방울 내리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원남저수지의 저수량은 610만여t(저수율 74%)으로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원남저수지의 하류 농경지에 대한 모내기 걱정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김완주 본부장은 “수자원공사에서 공급원수의 물 값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특별히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귀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뭄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저수율이 50%가 안되는 저수지들이 많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3318ha의 농경지에 피해가 우려됩니다. 따라서 농기공에서는 저수율이 저조한 지구의 하천수에 대한 수량 확보 방안을 비롯해 배수로 물가두기, 광역상수도 이용방안, 시·군 등 지자체로부터 가뭄대책비를 지원받는 방안, 군부대 인력 및 장비 지원을 받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이미 실행하고 있습니다. 원남저수지에 대한 광역상수도 원수공급에 약 3억원의 전력비용이 소요될 예정인데 진천군과 증평출장소가 경비를 분담키로 약속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저수지 및 용배수 준설을 통한 저수용량 높이기와 농업용수개발 등 기타 가뭄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각종 사업예산이 1154억원에 달하는 데 정부의 시책에 부응해 이중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함으로써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작은 자극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빈곤의 시대였던 60년대에 경희대 국문과에 입학(65학번), 황순원 조병화 서정주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로부터 배우며 문학의 꿈에 빠져들었다가 “글로는 호구지책을 마련하기 어렵겠다’는 뒤늦은 현실적 고민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게 됐다”는 김 본부장은 “농업 증산의 첨병기관인 농기공에서 전공과는 동떨어진 직업인의 길을 반평생 걸어왔지만 젊은 시절을 사로잡은 ‘문학에 대한 열정’은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다”며 웃었다.
농업기반공사 설립준비단 기획총괄팀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아 농업진흥공사-농지개량조합-농지개량조합연합회 등 3개 농업관련 기관의 통합작업은 물론 농기공 출범이후 서로 다른 상급단체 소속으로 한동안 1사 2노조체제를 유지할 정도로 대립관계에 있던 옛 농진공 노조(민주노총)와 농조 노조(한국노총)까지 매끄럽게 일원화하는 데 성공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온 김본부장은 공사 내에서 ‘모든 업무에 정통한 농기공의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때문인지 김 본부장이 통합 전인 98년 농진공 충북지사장을 지낸 이후 통합 농기공의 초대 총무관리처장을 거쳐 올 1월21일 충북본부장으로 3년여만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자 충북본부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한눈에 모든 업무를 꿰뚫어 보는 상사를 모시게 됐으니 대충대충 일처리를 했다가 언제 어떤 지적을 받는 ‘곤욕’(?)을 겪게 될 지 모르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임철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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