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공동대책위, “성폭력사건이 왜 회계부정보다 약한가” 반발

▲ 청주시공무원 성추행공동대책위 "이번 성폭력 사건은 공직자로서 심각한 자질문제인 만큼 향후 소청 등 행정적 절차에서 관행적인 표창감경, 징계낮추기 등으로 가해자가 현장으로 복귀돼서는 안된다."

모 방송국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청주시 K과장이 해임 처분을 받았으나 ‘청주시공무원 성추행 공동대책위’가 반발하고 나섰다. K과장은 지난 7월 7일 청주시장 특별대담 녹화가 끝난 뒤 방송 담당자 및 제작스태프 등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여성 스태프 4명에게 불쾌감을 주는 성추행과 모욕감을 주는 언어적 성희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그러자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들은 충북여성연대에 곧바로 피해를 호소했고, 방송사측은 한범덕 시장에게 K과장의 공직 퇴출과 재발방지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사적인 자리도 아닌 청주시 간부들과 방송사 제작진이 만난 자리에서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K과장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아울러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어 여직원들로부터 ‘기피대상자 1호’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충북여성연대와 공무원노조충북본부 등의 단체는 성추행공동대책위를 조직하고 줄곧 파면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8일부터 2주일 동안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또 지난 22일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날에는 도청 서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본관 현관에 앉아 연좌농성을 벌였다. 충북도가 본관 현관을 잠가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공동대책위 일부 사람들이 다치기도 했다.

해임 처분에 대해 공동대책위는 “충북도 인사위원회는 회계비리 공무원들에게는 파면조치하면서 성추행건에 대해서는 해임을 결정했다. 이는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이 성폭력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기관장을 대표해 나간 자리에서 가해자는 자신보다 연령이 낮은 피해자들에게 반말, 술따르기 강요, 언어폭력, 신체를 만지고 껴안는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것이 회계부정보다 약하다는 말이냐”고 주장했다.

실제 이 날 인사위원회는 영동군 직원비리와 관련해 공사비 등 9억8000만원을 빼낸 뒤 잠적했던 군 보건소 직원 J모씨와 관용차 유류비를 부풀려 2000여만원을 빼돌린 L모씨를 파면했다. 그리고 유가보조금을 허술하게 관리한 Y모씨에게는 정직3개월을 내렸다. 또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가 있는 단양군청 사무관에게는 견책을 내렸다. 건설업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청원군 직원에게는 경찰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청원군은 경찰수사 중 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 7월 청주시 K과장 사건이 터지는 등 지역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이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충북도에 중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2차피해 당해
공동대책위는 이어 “이번 성폭력 건은 공직자로서 심각한 자질문제인 만큼 향후 소청 등 행정적 절차에서 관행적인 표창감경, 징계낮추기 등으로 가해자가 현장으로 복귀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표창감경은 가해자가 공직생활 동안 받은 표창장이 정상참작돼 징계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는 “우리가 이번 사건에 주력하는 이유는 공직사회에서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성희롱 성추행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줄 것”이라며 “가해자가 공직으로 복귀되어서는 안된다. 여성연대가 처음부터 파면을 요구한 것은 소청 등을 통해 징계정도가 낮아지면 다시 복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그동안 많은 가해 공무원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현장으로 복귀했고, 공직퇴출 징계를 받고서도 소청을 통해 살아 돌아왔다. 이렇게 되면 사건 초기에만 시끌시끌했지 근본적인 징계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성폭력사건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것을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곳이 공직사회이다.

충북여성연대는 청주시 감사관이 성추행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날 반바지를 입지 않았느냐’ ‘술을 몇 잔 마셨느냐’ 등의 발언을 하면서 피해여성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식으로 질문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대해 청주시에 성인지적 관점이 있는 여성조사관 배치와 조사관들의 성인지교육을 요구했다. 경찰 조사과정 같은데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조사하면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런 2차 피해는 여성들을 이중으로 고통스럽게 한다. 지자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사건 대책을 명확히 마련해야 하고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감사부서 공무원들을 교육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공무원 중징계 어떤 것들이 있나
공무원 징계규정상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4단계로 나뉜다. 파면과 해임은 공무원 배제징계로 공직사회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다만 파면은 연금의 1/2이 감액되고, 향후 5년 동안 공직에 들어갈 수 없다. 해임은 연금의 1/4이 감액되고, 3년 동안 공직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강등은 연금감액과 공직제한 규정이 없고 자신의 직급에서 한 단계 내려오는 것이다. 정직은 1~3월로 구분돼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봉급의 2/3를 감액한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처분을 받은 뒤 30일 이내에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다. 여기서도 불만이 있으면 행정소송을 걸 수 있도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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